[사설] 방역대책 인권침해 소지 큰데 '코파라치'까지 조장해서야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내년 1월 3일까지 연장하는 대신 3단계 격상은 유보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 확산세를 진정시키는 것은 방역수칙을 제대로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미 이행 중인 특별대책에 3단계보다 더 강한 방역조치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놓은 입장은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3단계 격상 시 쏟아질 비난여론을 의식한다는 인상만 짙어지고 있다.

연일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방역정책에 대한 신뢰를 더 약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 8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됐지만, 3주 동안 확진자가 되레 1만8128명(일일 평균 954명)이나 급증해 이제는 그 효과마저 의심스럽다.그간 K방역 홍보에 치중했던 정부가 사실은 코로나 대응에 크게 실패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백신 확보라는 ‘근본 해결책’은 아직 요원하고, 주한미군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것을 국민은 ‘그림의 떡’마냥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다. 병상과 격리시설 확보에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주요 대학에 기숙사를 비워달라고 통보하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2.5단계에 ‘플러스 알파’를 덧붙이는 미봉책과 지자체에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꼼수’를 떠미는 듯한 행보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감시와 처벌’ 외에 다른 대책이 안 보인다. 부랴부랴 만든 감염병예방법은 세면과 음식섭취, 수영장·목욕탕 등에 있을 때 등을 제외하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서울시와 경기도의 집합금지 명령도 사생활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전제로 한다. 이런 규제를 실생활에 적용할 때 모호한 경우가 수두룩하지만, 정부는 과태료 부과(위반 시 개인 최대 10만원, 업주는 최대 300만원)라는 처벌 우선주의만 고집하고 있다. 하루하루 버티는 자영업자들에게 이보다 더한 공포가 없다.

정부의 코로나 대책은 국민의 자발적 협조, 의료진의 헌신 등에 의지해 위태롭게 유지돼 왔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정부는 방역수칙 위반자를 신고하면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는 ‘코파라치(코로나+파파라치)’ 장려책까지 추가했다. 이런 식으로 시민들 간에 감시와 불신을 조장하는 게 방역대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