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이 된 공대생...11개월만에 최연소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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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 2인]'68개월 vs 11개월'
'5년 8개월 공부' 문배움씨, 1차 필기~3차면접 탈락 경험
이채원씨, 올초 공부시작해 1,2,3차 동시 '최연소' 합격자
올해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최종합격한 문배움씨(31)와 이채원(21)씨의 수험기간입니다. 올해 최종합격자 평균연령은 26.7세. 합격자 가운데 30~34세가 4명, 35세 이상은 2명임을 보면 문 씨는 다소 고령자에 속합니다. 문 씨의 수험생활이 길었던 이유는 공대출신으로 졸업 무렵 외교관이 되고자 하는 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에비해 이 씨는 올해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의 최연소 합격자입니다. 이 씨의 나이는 21세. 심지어 이 씨는 올해 1월부터 시험공부를 시작해 1,2,3차 시험을 연달아 합격해 수험기간이 11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험기간과 공부방법이 다른 합격자 두명의 합격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 다음 카페 '행시사랑'을 통해 정보를 얻고 스터디 멤버도 찾았다고 합니다.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은 2013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이전에는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관을 선발해 왔으나, 외교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1년간 국립외교원 교육과정을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키로 한 것이죠. 도입 첫해인 2013년에는 외무고시와 병행해 선발했고 이듬해부터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통해 뽑고 있습니다.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은 일반외교, 지역외교, 전문외교 등 3개 분야로 나눠 선발해 왔으나 2021년부터는 일반외교만 선발시험으로 뽑을 예정입니다. 지역외교, 전문외교 분야는 일반 5급 경력직채용을 통해 선발합니다.
국립외교원은 지난 18일 올해 외교관후보자 합격자 51명과 연수 연기자 1명 등 모두 52명을 대상으로 1차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합격자들은 오는 30일 2차 오리엔테이션 그리고 2021년 1월15일 입교식후 46주동안 외교관으로서의 갖춰야 할 기본능력과 소양 교육을 받게 됩니다. 외교관 후보자 정규과정은 △법적사고,공직윤리 등 공직관 △국제법, 외교전략사, 주요국외교, 외교문서 작성 등 외교 전문성 함양 △외국어 교육 등으로 구성됩니다. 공대생의 외교관 시험 합격 비결
문배움씨는 2015년 3월초 외교관이 되고싶어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시작할 때만해도 6년 가까이 수험생활이 이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는 지난 11월 30일 마침내 합격자 소식을 듣고 나서야 5년 8개월의 긴 고시생활을 접을 수 있었다. 문 씨에게 외교관후보자 시험은 매년 '잡힐 듯,말 듯한 시험'이었다. 공부시작후 1년만에 1차시험 합격하고 그해 치른 2차시험에선 평균 2점이 모자랄 뿐이었다. 그 때만해도 5년간 1차 탈락, 2차 탈락, 과락 탈락, 심지어 3차 면접에서의 탈락까지 경험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문 씨는 "기초도 없었는데 합격점에 근접한 점수로 자만심이 생겼던 것 같다"며 "더욱이 평균 2점 사이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차 합격자 발표후에는 '이른 샴페인'까지 터뜨렸다. 문 씨는 "2차 발표후 가족,친구들의 합격축하 연락이 쇄도했다"며 "면접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이 탈락하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인사혁신처가 밝힌 2019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일반외교 3차 면접 탈락자는 9명이었다. 지역외교,외교전문 분야까지 포함하면 면접 탈락자는 42명에 달한다.그는 "이 경험을 통해 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함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5년여의 수험기간은 문씨에게 흔들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문씨는 이런 오랜 수험생활을 통해 삶의 철학을 배웠다. 그는 "면접 탈락의 경험으로 예리하고 냉정하게 사건과 환경을 보되 신중하게 행동해야 함을 배웠다"며 "앞으로 호시탐탐 노리는 세계무대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단이 확고한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단 11개월만에 1,2,3차 동시합격
올해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선 1,2,3차를 한번에 합격한 최연소 합격자가 나왔다.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이채원씨다. 코로나19로 당초 2월말 예정이었던 1차 필기시험이 3개월 가량 늦춰져 다소 공부할 시간이 확보된 것도 이씨에게는 도움이 됐다. .
1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던 이 씨는 PSAT 모의고사,기출문제를 하루 한과목 100문제씩 풀다보니 성적을 어느정도 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절대적인 공부량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첫 PSAT시험을 한 주 앞두고 실제 시험장에서 먹을 점심까지 똑같은 메뉴로 먹는 연습을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씨가 단 시간에 합격할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은 '슈퍼 긍정'에 있었다. 이 씨는 "공부가 잘 되면 공부를 잘 했다고 스스로 칭찬했고, 공부가 안되면 잘 쉬어서 체력을 보충할 수 있게 됐다고 위안을 했다"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또한, 모의고사 성적이 잘 안나오면 실전 시험에서 안 틀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공부에 임했다. 대학에서 식품자원경제학을 공부한 이 씨는 "다른 나라와의 공조를 통해 에너지. 식량 안보를 이루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