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과 집회의 자유 사이…"방역 우선" vs "헌법가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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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가인권위대면 집회는 물론 ‘드라이브 스루’ 집회까지 제한되면서 과잉 규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반응이 많지만,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모든 집회·시위 전면 금지 바람직하지 않아"
이원욱 의원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에 의견 제출
코로나19 확산 속 집회의 자유 놓고 '논란' 지속
인권위 "모든 집회·시위 전면 금지는 바람직하지 않아"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과도히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이처럼 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의결했다고 밝혔다.지난 8월 21일 이 의원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개정안은 집시법 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제1항에 3호를 신설한 것으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교통 차단 △집합 제한·금지 지역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 사태 선포 지역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인권위는 “감염병 확산이나 재난 사태 선포와 같은 긴급하고 비상적인 상황에서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집회·시위를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모든 집회·시위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이어 “집회·시위로 인한 각각의 위험 상황을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집회 시간·인원·방법·장소 등도 개별적으로 판단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집회의 자유 보호 취지에 부합”하다고 했다.
"집회 시 불특정 다수 접촉...코로나19 전파 위험"
그동안 방역당국과 경찰 등은 방역을 위해 집회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었다. 앞서 '비정규직이제그만' 등 노동·시민단체들이 국회에서 청와대 인근까지 차량 240대를 동원한 시위를 예고하자, 서울지방경찰청은 해당 집회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하고 차량을 통제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집회 개최 시 불특정 다수의 접촉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일부 시민들 역시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는 와중에 집회 활동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이모씨(28)은 “수도권 확진자가 속출해 많은 시민들의 활동이 자제되는 상황”이라며 “집회가 허용된다면 광복절 보수집회 이후 상황이 재현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집회를 주관하는 시민단체, 노동단체들은 차량 시위까지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6일 차량 시위를 강행한 ‘생명을 살리고 해고를 멈추는 240 희망차량행진 준비위원회’는 “이런 정도의 차량 시위까지 형사 처벌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어떤 국민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고 반발했다. 일부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집회 금지 방침에 불복해 법원에 집회 금지 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내기도 했다.참여연대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차량시위도 원천봉쇄하는 것은 과잉대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위기 상황이라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 훼손이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며 “경찰은 방역이라는 제약 조건에서도 어떻게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반 양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이들을 절충한 법원 판결이 주목받는다. 지난 9월 법원은 개천절 일부 차량 시위를 조건부 허용하며 △집회 참가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경찰에 제공할 것 △한 차량에 한 명씩 차량 9대만 참여할 것 △차량 창문을 열지 말 것 △제한된 신고와 차량 이동 경로를 지킬 것 △방역당국과 경찰의 조치를 따를 것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