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회장 "서구 발상 정장시대 끝…이제 아시아가 중심"

니혼게이자이 인터뷰
"지출에 엄격해진 소비자,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만 선택"
"1년 입고 버리는 옷은 필요 없어진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운영사) 회장(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서구에서 유래한 정장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또 내년 이후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나이 회장은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재택근무의 보급과 의류의 캐주얼화로 인해 정장의 시대가 끝나고 평상복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정장은 유럽이 발상이지만 아시아 신흥시장에서는 캐주얼한 평상복이 받아들여질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그는 지난 8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코로나19로 10년치의 변화가 한꺼번에 불어닥치면서 정장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패스트리테일링은 이달부터 저가 브랜드인 지유(GU)의 가격을 한꺼번에 30% 인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야나이 회장은 "수입이 늘지 않고 실업자와 휴업자는 늘면서 모두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소비자가 가격에 극도로 민감해져 있는데 가격을 올리면 판매가 불가능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의류를 선택하는 기준도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출에 엄격해졌기 때문에 브랜드나 상품의 질을 따지게 됐다"며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브랜드만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입을 수 있는 착용감 좋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 선택받을 것"이라며 "1년 입고 버리는 옷은 필요 없어진다"고 말했다.코로나19를 계기로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시점이 빨라질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야나이 회장은 "2021년 이후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소비를 견인하고 있지만 나라별 소비회복 속도는 코로나19 수습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라고 진단했다.

아마존닷컴이 최근 의류업계에 진출한 것에 대해서는 "정보기술(IT) 기업은 상품의 반응, 감상과 같은 진짜 정보를 소비자로부터 직접 얻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옷을 사는 것과 온라인쇼핑을 하는 것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장래에는 고객이 가게에 오지 않아도 옷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나이 회장은 "한국에 반감을 갖는 것은 일본인이 열등해진 증거", "일본은 이미 중진국"과 같이 일본 정치·사회에 대한 거침없는 쓴소리로도 유명하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금융완화가 계속되면서 부유한 사람이 더 부유해지고 정말 지원이 필요한 빈곤자들에게는 돈이 가지 않았다"며 "정부는 먼저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