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카지노 절반이 휴업인데…"정부 지원도 못받아"

제주도 파라다이스 카지노 내부 모습. /파라다이스카지노제주그랜드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주도에 있는 8개 카지노 중 절반이 휴업 중이고, 카지노업계 전체 매출은 작년의 3분의 1 토막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카지노는 사행 산업이란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엔 이런 내용의 제주지역 면세점 및 카지노 업종 현황 분석이 담겼다. 한은은 "12월 현재 제주도 내 8개 카지노 가운데 4개가 휴업 중"이라며 "나머지 업체들도 무급휴직, 영업시간 단축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엔 전국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개의 절반이 있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카지노 경영에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 카지노 매출액은 작년(1903억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한 3월 이후 매출액은 전년 동기의 15~20% 수준에 불과하다.

면세점의 경영난도 심각했다. 제주지역 면세점의 올 1~9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69.5% 감소했다. 한은은 "지난 6월부터 휴점한 시내 면세점 2곳이 최근 영업을 부분 재개했으나 일부 중국 대리구매인(따이공)을 제외하면 고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제주도 면세점, 카지노는 정부 코로나19 지원책의 혜택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면세점은 올 4월말부터 면세재고품 내수 판매와 제3자 반송이 허용됐지만 대부분 본사가 위치한 수도권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면세재고품 내수 판매는 6개월 이상 장기 보유 중인 상품을 일반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제3자 반송은 따이공 등 해외 기업형 대리구매인이 한국에 입국하지 않더라도 면세물품을 원하는 장소에서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11월부터는 타국 영공만 선회한 뒤 복귀하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의 면세품 구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무착륙 항공편의 대다수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 도착해 제주도엔 별 영향이 없다.

카지노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은은 "카지노업은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사행성 업종으로 분류돼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 지원에서 사실상 제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 경영난으로 무급·유급휴직에 들어간 근로자의 인건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근로자가 무급휴직에 들어가면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다. 사행성 업종이라도 근로자에 대한 정부 지원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은 "면세점과 카지노는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 업종의 불황은 제주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내 카지노사업자가 제주관광진흥기금의 약 70%를 부담하고 있어서 카지노 매출 부진은 제주지역 관광개발 지원 사업에도 악영향"이라고 덧붙였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