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만 특허전략개발원장 "경쟁사 기술 분석이 특허 R&D의 첫걸음"

"특허 등록 안된 빈틈 확보해
빅데이터로 방향 찾아줬더니
美·유럽·日 등록률 3배 늘어"
“연구개발(R&D) 초기부터 경쟁 기업의 특허를 회피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김태만 특허전략개발원장(사진)은 정부 R&D 27조원(내년 기준) 시대를 맞아 ‘마구잡이 R&D’를 지양해야 한다며 28일 이렇게 말했다. 김 원장은 “특허 등 지식재산(IP) 분석 없이 기술을 개발하면 막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직 특허가 등록되지 않은 공백 영역을 확보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IP-R&D’다.특허전략개발원은 상급 기관인 특허청과 함께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200여 개 기업과 대학, 공공연구소의 IP-R&D를 지원했다. 2014~2018년 이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삼극 특허(미국·유럽·일본 특허청에 동시 등록된 특허)’ 창출 비율은 4.6%다. 일반 정부 R&D를 진행한 중소기업(1.5%)보다 3배 높은 성과다. IP-R&D가 해외에서도 통할 기술을 개발할 확률이 높았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고급 자전거용 솔리드타이어를 수출하고 있는 경남 김해 소재 기업 화인케미칼과 스타트업 사상 최고액(약 2300억원)으로 미국 업체에 인수된 인공지능(AI) 딥러닝 솔루션 기업 수아랩 등을 IP-R&D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김 원장은 “특허를 추출하는 데 필요한 테크트리(기술 계통도) 작성, 키워드 추출과 노이즈 제거, 유효 데이터 확정 등에 긴 시간(5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IP-R&D를 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런 기업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사업이 ‘특허 빅데이터 분석’이다. 세계 특허 약 4억7000만 건을 다각도로 분석해 경쟁국 기업의 기술력을 진단하고 R&D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업이다.김 원장은 제품 구현 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표준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5세대(5G) 이동통신 구현 기술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1728건)다.

그는 “안정적 로열티 수입을 올리면서 기술 장벽을 칠 수 있는 표준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기술 전문가, 변리사 등이 전담팀을 구성해 R&D 단계부터 표준특허를 창출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