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최다라는데…"서울서 집 사려면 월급 16년치 모아야"

'내 집 마련' 쉽지 않지만…거래량은 5년만에 최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중간 정도 소득의 계층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연간 소득을 꼬박 16년을 고스란히 모아야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집 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 구매 여력을 갖출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작년 초와 비교해 2년이나 는 것이다.


1년9개월새 서울 집 장만 기간 12.9→15.6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9일 발표한 'KB 부동산 보고서 주거용편'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6.9% 올랐다. 서울 등 수도권의 상승률은 9.2%에 이르렀다.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전국에서 5.4%, 수도권에서 7.3% 상승했다.특히 서울은 7월 이후 월평균 약 1.4%의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했다. 연구소는 "올해 초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매물이 늘면서 주택시장은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며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시작됐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된 뒤 전세시장 불안이 매매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주택시장은 상승률은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도 높아졌다. 올해 11월 기준 전국 PIR(3분위 소득·3분위 주택 기준)은 5.5년 정도지만, 서울은 15.6년으로 나타났다. 연소득이 3분위(5분위 중)인 중위 소득 계층이 주택가격 3분위(5분위 중)인 중간 가격대 서울 집을 사려면 연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15.6년간 저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15.6년은 2019년 1월(12.9년)보다 2년이나 늘어난 것이다.
서울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 추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제공
같은 기간 전국 주택의 중위(순서상 가운데) 가격은 3억1900만원에서 3억7565만원으로 7000만원 올랐고, 서울 주택의 중위 가격도 6억3206만원에서 7억8391만원으로 약 1억5000만원 올랐다.

올해 주택매매 작년보다 66% 늘어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택 거래량은 5년여만에 최다 수준으로 많다. 집값이 뛰면서 주택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올해 거래량은 2015년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택 매매 거래량은 약 110만4천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늘었다. 특히 수도권의 매매는 72%나 뛰었다. 최근 수년간 연 거래량(80만∼95만건)과 비교해 20만∼30만건 많은 규모로, 12월까지 더하면 2006년 조사 이래 가장 많았던 2015년(약 119만4000건)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소는 "올해 증여 거래도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주택 소유권 이전 건수는 2015년 수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이같은 주택 거래 증가는 집값 상승에 불안을 느끼고 주택 매수에 나선 젊은 층이 주도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 가운데 30대 비중은 지난 8월 이후 급등해 9월 약 27%까지 높아졌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시장에서는 집값 상승을 우려한 30대가 소위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 모음)' 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