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후임' 변창흠 등판…천정부지 집값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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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저층주거지 고밀개발 구상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변창흠 장관(사진)이 28일 임명됐다. 전세난과 집값 폭등으로 흔들리는 부동산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그간 변 장관은 집값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도심 주택공급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공공주도 개발·개발이익 환수 강조
다주택자 규제는 지속할 듯
역세권·준공업지역 고밀 개발 추진할 듯
문 대통령은 이날 그를 현 정부의 두 번째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야권은 구의역 사고를 비롯해 연이은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도덕성에 흠결이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여당은 이날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현재 전국 곳곳에 퍼진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서둘러 국토부 조직을 정비해야한다는 엄중한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변 장관은 전임 김현미 장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짐을 떠안게 됐다. 현 정부는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24번이나 부동산 대책 쏟아냈지만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미완의 과제를 남기고 떠난다”며 “집 걱정을 덜어드리겠다는 약속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국토부와 부동산 업계에서는 변 장관이 내놓을 도심 내 주택 공급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서울 도심에 집 지을 공간은 충분한데 제대로 활용을 못했다”며 “양질의 값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 집값 불안을 진정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변 장관은 내세운 공급 확대안으로는 △역세권 △저층 주거지 △준공업 지역 개발을 제시했다. 이 중 특단의 대책은 역세권 고밀 개발이다. 서울의 역세권 범위를 역 반경 500m까지 넓히고 용적률은 300%까지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서울의 역세권은 역 반경 350m이고 용적률은 평균 160% 선인데, 사업 면적은 더 넓히면서 건물은 더 높이 쌓게 해주겠다는 것이다.변 장관은 또 개발이익 환수 조건으로 '공공 주도의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같은 공공 참여형 공급대책이 민간의 역할을 위축시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투기와의 전쟁'은 계속
변 장관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임 시절부터 주도적으로 펼쳐온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나 공급자가주택 공급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공공자가주택은 공공임대에 들어가기엔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집을 사기엔 돈이 없는 중간 수요층을 위해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공공자가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집값을 낮추기에 여력이 많지 않은 도심보다는 3기 신도시나 수도권 신규택지에서 공공자가주택이 본격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는 인사청문회에서도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화성 동탄에 위치한 공공임대주택 현장을 방문한 것을 언급한 뒤, "앞으로 더 좋은 임대주택으로 가자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에) 더 많은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한다면 정말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투기와의 전쟁’에서는 문 정부의 정책 기조와 결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평소 변 장관은 현재의 주택난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규제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림으로써 수요자를 안심시켜야 하지만 다주택자 등에 대한 부동산 규제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변 장관은 국토부에서 가동 중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 조직을 확대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조정대상지역 등 지역규제와 관련해선 무용론이 대두하고 있지만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보유세 강화 역시 투기 수요 근절 차원에서 꼭 필요한 규제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기존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뿐만 아니라, 더 강화한 정책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앞으로 변 장관은 실무 경험이 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동안 부동산 정책의 실책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