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 목숨 앗아간 이천 화재참사…'공기 단축' 현장소장, 징역형

검찰 기소 9명 중 5명 유죄·4명 무죄 선고
재판부 "공사기간 단축 시도 위험 가중"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참사의 책임자 5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단독(우인성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건우 현장소장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 같은 회사 관계자 B씨에게 금고 2년3개월, 감리단 관계자 C씨에게 금고 1년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TF 팀장 D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명령했고, 시공사 건우 법인은 벌금 3000만원, 협력업체 관계자 E씨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함께 기소한 4명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화재원인을 검찰의 공소사실과 달리 판단해서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 등은 지난 4월29일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와 관련, 화재 예방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근로자 38명을 숨지게 하고, 10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화재는 지하 2층 천장에 설치된 냉동·냉장 설비의 일종인 실내기(유니트쿨러) 배관 산소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천장 벽면 속에 도포돼 있던 우레탄폼에 붙어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달리 지상 3층 승강기 부근 용접 작업 과정에서 튄 불티가 승강기 통로를 통해 지하 2층 승강기 입구 주변 가연성 물질로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희생자 합동 영결식에서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1차적으로 안전조치의무를 준수해야 할 시공사 관계자인 A씨에 대해 "당시 공사기간 단축을 시도해 위험을 가중한 A 피고인에게 더 무겁게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C씨에 대해서는 안전조치 1차적 준수의무자가 아니라 이들을 지도, 감독할 지위에 있다고 보고 A씨, B씨보다 낮게 형을 정했다.

공사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TF 팀장 D씨에 대해서는 "대피로인 기계실 통로 폐쇄결정을 지시했으나 시공사, 감리업체, 건축사 사무소 등으로부터 의견을 취합해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 폐쇄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실형 선고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 E씨는 무등록 건설업 운영 및 재하도급 제한 위반 등 건설산업기본법을 어겨 벌금형을, 건우 법인은 양벌 규정에 의한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