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 마음에 안 든다며 '공격 좌표' 찍은 與의원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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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집행정지의 결정 신청이 본안소송 등의 실익을 해치는 경우 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집행정지 신청으로 업무에 복귀한 데 따른 것입니다. 정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개정안을 '윤석열 방지법'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정 의원이 '윤석열 방지법'을 내놨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저는 어떤 법안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거대 여당 소속 의원이 특정인을 겨냥해 법을 만드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더구나 민주당의 위성정당과 다름없는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의원도 이른바 '윤석열 출마금지법'을 내놓은 마당이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與의 입법 전횡…윤석열 출마금지법 이어 윤석열 방지법 등장>이라고 달렸습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제 이름을 페이스북에 못 박으면서 "헌법재판소의 판시를 법률화하는 것이 어떻게 입법 전횡이냐"며 "이런 무식한 기사를 쓰고 있으니 기레기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래 개정이 필요했다는 얘깁니다. 이제까지 개정을 미루다가 굳이 이 시점에 스스로 '윤석열 방지법'이란 이름까지 붙여 개정안을 발의했으면서 기사 제목을 꼬투리 잡은 겁니다. 기사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명예훼손이라는 위법을 무릅쓰며 기자 개인을 저격한 정 의원을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서울 마포을이 지역구인 정 의원은 지난 9일 기업규제(공정경제) 3법 통과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기로 한 것에 반발하다가 동료 의원에게 면박을 당했다고 전해집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에 있는데 상법 수정안을 내야 한다고 큰소리를 치다가 말입니다. 의석수로는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는 소수 야당이 본회의장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데 굳이 시비를 붙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수준의 의원에게 '기레기' 소리를 듣는 건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정 의원에게 굳이 맞대응해 그와 '동급'으로 취급받는다면 저로서는 굉장히 억울할 것 같았습니다. 이 글을 써야 하나 끝까지 고민했던 이유입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혹여 정 의원이 SNS에 기자 실명을 공개해 언론에 대한 입막음 효과를 봤다고 오해하진 않을지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본령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고 배웠습니다. 더구나 여당이 174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지금, 이런 언론의 역할은 소중합니다. 헌법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드러내는 데 부끄러움도 없이 언론 개혁을 부르짖는 거대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선후배, 동료 언론인을 저는 존경합니다.
다만 이번 일로 조금 귀찮아지진 않을지 염려가 됐습니다. 민주당 극성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을 보낼지도 모르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전화번호를 1000개쯤 수신 거부하면 괜찮다"라고 한 조언을 저도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네이버 지식인에 '온라인 협박 처벌 방법'까지 검색해 보면서 '이런 엄혹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라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습니다만, 정 의원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의도였다면 유감을 표합니다. 더구나 지지자들을 동원해 기자 개인을 욕보이려는 방식은 저급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9월에는 같은 당 이재정 의원이 기사가 맘에 안 든다며 모 신문의 기자를 실명 저격한 일도 있었습니다. 겁낼 게 없는 거대 여당 의원들이 보다 품격 있게 언론의 비판에 대응하길 바라는 건 무리한 기대일까요?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저는 어떤 법안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거대 여당 소속 의원이 특정인을 겨냥해 법을 만드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더구나 민주당의 위성정당과 다름없는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의원도 이른바 '윤석열 출마금지법'을 내놓은 마당이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與의 입법 전횡…윤석열 출마금지법 이어 윤석열 방지법 등장>이라고 달렸습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제 이름을 페이스북에 못 박으면서 "헌법재판소의 판시를 법률화하는 것이 어떻게 입법 전횡이냐"며 "이런 무식한 기사를 쓰고 있으니 기레기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래 개정이 필요했다는 얘깁니다. 이제까지 개정을 미루다가 굳이 이 시점에 스스로 '윤석열 방지법'이란 이름까지 붙여 개정안을 발의했으면서 기사 제목을 꼬투리 잡은 겁니다. 기사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명예훼손이라는 위법을 무릅쓰며 기자 개인을 저격한 정 의원을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서울 마포을이 지역구인 정 의원은 지난 9일 기업규제(공정경제) 3법 통과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기로 한 것에 반발하다가 동료 의원에게 면박을 당했다고 전해집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에 있는데 상법 수정안을 내야 한다고 큰소리를 치다가 말입니다. 의석수로는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는 소수 야당이 본회의장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데 굳이 시비를 붙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수준의 의원에게 '기레기' 소리를 듣는 건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정 의원에게 굳이 맞대응해 그와 '동급'으로 취급받는다면 저로서는 굉장히 억울할 것 같았습니다. 이 글을 써야 하나 끝까지 고민했던 이유입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혹여 정 의원이 SNS에 기자 실명을 공개해 언론에 대한 입막음 효과를 봤다고 오해하진 않을지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본령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고 배웠습니다. 더구나 여당이 174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지금, 이런 언론의 역할은 소중합니다. 헌법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드러내는 데 부끄러움도 없이 언론 개혁을 부르짖는 거대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선후배, 동료 언론인을 저는 존경합니다.
다만 이번 일로 조금 귀찮아지진 않을지 염려가 됐습니다. 민주당 극성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을 보낼지도 모르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전화번호를 1000개쯤 수신 거부하면 괜찮다"라고 한 조언을 저도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네이버 지식인에 '온라인 협박 처벌 방법'까지 검색해 보면서 '이런 엄혹한 시대를 살고 있구나'라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습니다만, 정 의원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의도였다면 유감을 표합니다. 더구나 지지자들을 동원해 기자 개인을 욕보이려는 방식은 저급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9월에는 같은 당 이재정 의원이 기사가 맘에 안 든다며 모 신문의 기자를 실명 저격한 일도 있었습니다. 겁낼 게 없는 거대 여당 의원들이 보다 품격 있게 언론의 비판에 대응하길 바라는 건 무리한 기대일까요?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