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겨울왕국 변한 광주 도심 출근길 '엉금엉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네요.

"
광주와 일부 전남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30일 오전 출근 시간에 폭설이 쏟아지면서 도심 전체는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지자체 제설작업이 이뤄졌지만, 눈에 덮인 도로는 차선이 보이지 않아 출근길에 나선 차량 운전자들은 느릿느릿 거북이 운행을 해야 했다.

조금이나마 경사가 있는 곳에선 자동차 바퀴가 헛돌기 일쑤였고, 그렇게 멈춰 서버린 차들로 출근길 도로는 정체되는 곳이 많았다.

고속도로 나들목에서도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들이 많아 아찔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추운 날씨에 차량 와이퍼가 앞 유리에 얼어붙은 듯 도로 한가운데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한 운전자는 차량에서 내려 손으로 와이퍼를 떼어내기도 했다.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선 야외 주차를 했던 시민들이 빗자루를 들고나와 차량에 쌓인 눈을 치우며 운행을 준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중무장했다. 대부분 두꺼운 겉옷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머리를 푹 숙인 채 몰아치는 눈발 사이를 헤쳐나갔다.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길이 미끄러운 듯 종종걸음을 하는 게 전부였다.

병원 건물이 모여있는 곳에선 건물 관리자들이 눈삽으로 건물 앞에 쌓여있는 눈을 치웠다. 그러나 하염없이 내리는 눈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눈을 치우던 백모(57) 씨는 "출근하는 직원이나 방문객들이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눈을 치우고 있는 것"이라며 "눈 깜짝할 사이 다시 쌓여버려 잠시도 쉬지 못하고 있다"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시민 정모(27) 씨는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지냈을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럴 수 없어 아쉽다"며 "눈이 녹아 사라질 때쯤 코로나19도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광주에선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11.9㎝의 많은 눈이 내렸다.

광주와 장성, 화순은 이 시간을 기해 대설주의보에서 대설경보로 상향됐고, 무안, 장흥, 나주, 담양, 신안, 목포, 영광, 함평, 영암, 구례, 곡성 등 전남 11개 시군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적설량은 화순 9.9㎝, 장성 9.6㎝, 나주 7.5㎝, 담양 6.5㎝ 등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