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art.1 - 체외진단산업의 현재와 미래] 체외진단산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라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CFA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오는 2월이면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백신이 당장 집단면역을 보장해주지는 못하겠지만, 감염성 질환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 숙명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이른바 ‘K-진단’의 앞날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반짝 스타’가 될 것이냐, 영원히 업계에 남는 ‘진짜 별’이 될 것이냐는 지금 진단업체들의 ‘다각화’ 행보에 달렸다.

체외진단 산업은 진단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진단키트 매출이 발생하는 이른바 면도기 비즈니스라고 불린다. 진단키트는 수익성도 높아 매출이 증가할수록 이익률이 더 빠르게 개선되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동반한다.코로나19 이전까지 우리는 그런 매력을 잘 느껴보지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체외진단 산업이 대형 검진센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플랫폼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번 장비가 설치되면 5~7년은 사용되는데, 이미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전 세계에 진단장비를 설치했다. 아무리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글로벌 대형업체들은 체외진단산업에서 큰 수익을 누린 것과 반대로 국내 기업들은 엄청난 가격 경쟁에 노출돼 왔다.

진단업체, 단기간에 실적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반적인 공급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막대한 진단키트 수요가 발생했고,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대표적인 체외진단 업체인 씨젠의 2019년 매출액은 1220억원에 영업이익률은 18.4%에 불과했다. 그러나 글로벌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폭증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6835억원, 영업이익률 61.3%를 기록했다. 씨젠은 작년 말 이미 1조원 매출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비상장사인 SD바이오센서도 1조원 매출을 넘을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작 1년도 안돼 매출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확인되는 기업이 두 곳이나 등장한 것이다.

2020년을 돌아보면 모두가 체외진단업체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에 놀라워했다. 체외진단기업들은 매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글로벌 빅파마인 화이자가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3상 중간 데이터를 발표하면서 국내 체외진단 업체들의 주가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코로나19 백신의 등장에 의한 국내 체외진단업체들의 실적 둔화 우려와 더불어 그동안 소외됐던 코로나19 피해주들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이동한 것이다.

해가 바뀌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논할 시점이다. 단기적으로 국내 체외진단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인다. 여전히 세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이 등장한다고 해서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진단키트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막아낼 방패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전제 하에 코로나19 확산을 줄이려면, 빠르게 전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접종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접종률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성능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접종을 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은 그 대상이 전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하며, 각 나라마다 접종 의지가 다르다. 게다가 만약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건강 상의 문제라도 발생하면 접종률은 언제든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급격한 감소보다는 점진적 감소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2021년에도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여전히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참고로 관세청에서 매달 발표하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수출 실적은 가장 최신인 11월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했고, 12월 10일까지의 잠정 수치도 상당히 견조하다.

백신 개발, 빅파마 시장 진입… 국내 진단사업 악재 돌파구 찾아야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은 특정 시기가 지나면 수요가 급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로 인해 1663억원까지 상승했던 국내 건강보험의 인플루엔자 관련 진료비는 2011년 203억원으로 급감했다. 2016년 브라질 일대를 강타했던 지카 바이러스의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했던 국내 Z사는 2016년 79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17년 625억원까지 급등했으나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2년 만인 2019년 매출액이 무려 23억원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사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최근 관세청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내역을 살펴보면, 선두업체의 비중이 50%까지 증가했다. 공급 계약이 취소됐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3분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대형기업들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대형기업들의 지난해 상반기 실적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양산에 차질을 빚은데다, 주력사업 실적이 코로나19로 급감하며 우리나라 기업과 달리 실적이 좋지 못했다. 즉, 이제는 글로벌 대형기업들도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양산이 가능하며, 그 규모가 주력사업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지 1년이 넘어간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얻었던 글로벌 유통망, 전세계 고객사, 늘어난 현금, 글로벌 레퍼런스 등을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각화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팬데믹에서 큰 수혜를 받은 것은 역설적으로 다각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종식이 다가올수록 집중화된 사업구조는 상당한 실적 둔화를 동반할 것이다. 지역적, 제품적, 사업적 다각화를 준비해야 한다.
정기검사, 암진단, 현장진단으로 파이프라인 확대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다각화를 준비해야할까. 우리가 미래를 전망할 때 시장과 고객을 관찰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체외진단 산업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인 대형 검진센터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국내 체외진단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최대 상업검진센터인 퀘스트의 매출 구조는 정기검사(54%), 유전자 및 특수검사(34%), 병리진단(8%), 진단솔루션(4%)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대형 검진센터는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2개 사업부문인데, 바로 정기검사와 유전자 및 특수검사이다. 추가적으로 최근 부각되고 있는 1차 병원이나 응급실에서 수요가 높은 현장진단까지 포함하면 대략적으로 현재 체외진단 시장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정기검사 시장(Routine Test)은 정기적으로 진단수요가 발생하는 검사항목들로 대부분 검진센터의 주요 수익원이다. 혈구분석, 임상화학분석, 면역분석 등을 활용하는데, 쉽게 말해 우리가 1년에 한번 건강검진 때 받는 혈액검사를 떠올리면 된다. 유전자 및 특수진단은 대부분 암 진단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암은 환자마다 이질성(heterogeneity)이 큰 질병이기 때문에 고도의 분석서비스가 필요해 단가와 이익률이 높다.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조기진단, 동반진단, 예후진단 등 다양한 진단방식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되고 있는 항암제들은 적용되는 환자를 더 세분화해서 처방되고 있기 때문에 진단영역은 총 치료비용을 낮춤과 동시에 약물 반응률을 높이기 위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장진단은 신속하게 환자를 진단할 필요가 있는 1차 병원이나 응급실 등의 임상적 수요가 커지면서 최근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신규시장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우리나라 업체들은 매출 구조를 감염성 질환으로 계절성이 강한 코로나19 진단키트에서 꾸준한 수요가 존재하는 정기검사, 고부가가치의 암 진단, 새롭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현장진단으로 확대해 나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지금보다 인수합병(M&A)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인수합병, 지분 교환… 다양한 방법으로 파트너쉽 맺는 것이 중요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로 인해 국내 체외진단업체들의 외형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글로벌 대형업체들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을 비교해보면, 글로벌 상위 10개 체외진단 기업들은 국내에서 가장 매출이 큰 상장사보다 최소 2배 이상 크다. 매년 투자하고 있는 연구개발비 격차도 상당하다.

또한, 글로벌 대형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글로벌 대형기업들의 사업구조가 다각화된 데에는 적극적인 M&A가 있었던 것이다. 다나허는 세페이드를 약 40억 달러에, 비오메리외는 바이오파이어를 약 5억 달러에, 지멘스헬시니어스는 패스트랙 다이그노스틱스(인수가격 미공개)를 인수했다. 모두 현장진단 방식의 PCR을 하는 기업들이었다. 애보트는 래피드 키트 세계 1위였던 엘리어를 약 45억 달러에 인수하며 래피드키트 사업을 보강했다. 로슈는 암진단을 강화하기 위해 동반진단 업체인 파운데이션 메디슨을 약 53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조기 암진단의 선도 기업인 이그젝트사이언스는 유방암 예후진단의 글로벌 스탠다드 제품을 생산하는 지노믹헬스를 약 28억 달러에 사들였다.

글로벌 대형기업들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외형이 크고, 훨씬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자기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술이나 사업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M&A를 하고 있다. 아무리 우리나라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수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자체 성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크다. M&A가 아니더라도 자체 성장을 보완하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업끼리 지분 교환을 통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법이나, 글로벌 기업을 유통망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코로나19로 국내체외진단 산업이 한단계 성장한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이 한순간 반짝이는 일회성 성장이 되지않으려면 지금부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체외진단 기업들이 더욱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무대에서 더 도약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글 김충현
고려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 글로벌 첨단 의료기기 산업을 분석하는 주식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트렌드와 기술 발전에 관심이 많으며, 산업의 변화를 읽고 기업의 가치를 숫자로 정량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