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구치소 등 집단감염 확산…"신규확진 무조건 줄여야"

감염 취약고리로 파고드는 코로나19…전문가들 "조기 진단·치료 필수적"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구치소 등으로 감염 고리가 퍼지고 있다. 여러 사람이 머무르는 이들 시설은 대표적인 '감염 취약고리' 중 하나다.

특히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고령인데다 평소 지병을 앓는 환자도 많아 감염됐을 때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크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달 들어 국내 신규 확진자가 1천명 안팎을 넘나들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증가했고, 그 고리가 요양원까지 향했다"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코로나19의 특징을 보면 증상이 발현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 패혈증, 급성 호흡부전 등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이 이어진다.

즉, 일주일 이내에 치료가 되지 않으면 중증 상태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이나 평소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거의 없거나 가볍게 지나가지만, 60세 이상이거나 당뇨, 고혈압, 뇌 질환 등 지병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경기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집단감염 사례를 언급하며 "요양병원, 요양원, 재활병원 등의 집단감염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령에, 만성질환을 앓는 고위험군은 집단감염에도 취약할 뿐 아니라 중증 환자로 악화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며 "요양병원 내에는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장비, 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급선무로 꼽았다. 천 교수는 "무엇보다 감염 취약시설에서는 조기 진단, 조기 치료가 핵심"이라면서 "신속항원 검사 등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1명의 감염을 조기에 찾아낸다면 확진자가 10명이 될 것을 1명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코호트 격리와 관련해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더라도 잠복기일 수 있는데 확진자와 비 확진자를 섞어둔 채 격리하면 바이러스가 되려 배양, 전파하는 식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집단감염 발생 시 내려지는)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에 대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행정력을 동원해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오르기도 했다.

김 교수는 "큰 병원의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뺄셈'이 아닌 '덧셈'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체육관 같은 시설에 장비, 인력을 갖추고 여러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약시설의 집단감염 문제는 여러 번 지적돼 온 만큼 어떤 대응책이 나와도 재발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이나 구치소 모두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고, 적은 인력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런 구조를 깨거나 바꾸지 않는 한 감염이 반복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코로나19가 감염 고리 최하단에 놓인 요양병원이나 구치소 등으로 파고들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연일 1천명 안팎에 달하는 신규 확진자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교수는 "취약시설로의 감염 확산을 줄이려면 매일 발생하는 확진자 수 자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고 일상 속 감염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미 집단감염이 발생해 시간이 없는 만큼 지금은 행동할 때"라면서 "방역 대응을 위한 결정이 늦어지다 보면 요양병원도, 구치소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상태가 악화한 사망자까지 발생한다"며 정부의 조속한 대처를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