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들어온다" 강일·다산 아파트값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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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왕숙·고양 창릉 교통 개선“남양주 왕숙지구까지 지하철 9호선이 연장된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강일동 강일리버파크 계약 2건이 이뤄졌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대거 몰리고 있죠.” (서울 강동구 강일동 K공인 관계자)
지하철·GTX로 서울行 빨라져
강동구 강일 매수 문의 급증
리버파크 중형 10.4억 신고가
고양 향동도 호가 11억 넘어
"주민 반발 등 사업지연 가능성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3기 신도시 중 규모 1, 2위인 남양주 왕숙지구(6만6000가구)와 고양 창릉지구(3만8000가구)의 광역교통 개선대책이 지난 29일 발표되자 수혜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하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으로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위례신도시 등의 사례를 볼 때 사업 지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강동구 강일·다산 매수세 늘어
남양주 왕숙 9호선 연장사업의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강일동의 중개업소에는 매물을 찾는 전화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강일역에서 끝나는 9호선이 하남을 거쳐 남양주 왕숙까지 이어지면 ‘외곽’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사업 기대가 일찌감치 반영되면서 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이 ‘10억원 클럽’에 가입하는 단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일리버파크 4단지 전용 84㎡는 12일 10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9억5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강일리버파크 7단지 전용 84㎡는 9일 10억1000만원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기존 최고 가격은 지난달 기록한 9억9000만원이다. 강일리버파크 9단지 전용 84㎡는 대책 발표 이후 기존 최고가(9억2000만원)를 훌쩍 넘는 10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강일리버파크 1~10단지는 6410가구에 달해 이 지역 대표 아파트로 불린다.고덕동 K공인 관계자는 “강일동은 강동구 끝자락에 있어 고덕동과 상일동만큼 주거지로 선호되지 못했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호가가 치솟으면서 가계약금을 보내려고 해도 집주인이 계좌번호를 불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왕숙과 가까운 다산신도시에도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다산동 힐스테이트다산 전용 84㎡는 5일 신고가인 9억9500만원에 거래돼 ‘10억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년 전 거래가(7억500만원) 대비 2억9000만원 뛴 값이다. 다산동 다산아이파크 전용 84㎡는 27일 9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0월 8억999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별내역이 들어서는 남양주 별내동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크다. 8호선을 연장하는 별내선은 별내역에서 출발해 진접선과 만나게 된다. 별내동 별내아이파크 2차 전용 84㎡는 22일 8억1500만원 신고가로 매매됐다. 지난달 8억원에 거래된 데 이어 곧바로 1500만원 올랐다. 다산동 N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조금씩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눈치보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교통망 부족으로 다른 신도시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고양 창릉지구 주변 지역도 들썩이는 분위기다. 수혜가 예상되는 고양 덕양구 향동지구가 대표적이다. 고양선이 서부선 경전철 및 지하철 6호선 환승역인 새절역과 연결되면서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서울 출퇴근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GTX-A 노선 창릉역 신설도 예정돼 있다.고양선 향동지구역 신설 호재를 맞은 덕양구 향동동 DMC리슈빌더포레스트는 전용 84㎡가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거래돼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호가는 11억원을 넘어섰다. 향동동 H공인 관계자는 “이틀간 문의 전화만 10통이 넘게 왔다”며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시세를 훌쩍 넘는 호가에도 계약금부터 넣겠다는 손님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통 대책이 정부 발표대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았다. 사업비와 주민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입주 이후에도 수년간 ‘교통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위례신도시 등의 선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기존 1~2기 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先) 입주, 후(後) 교통’에 따른 교통 불편이었다”며 “특히 철도사업은 주민 갈등 등으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