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구치소서 이송한 수용자 뒤늦게 확진…커지는 秋 책임론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792명으로 늘어
다른 교정시설에 코로나19 확산시킨다는 비판도
법무부는 서울시에 책임 떠넘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밝은 표정으로 30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추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박범계 국회의원을 내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집단발생해 교정행정 최고책임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30일 0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792명으로 늘었다. 국내 단일 시설 집단감염으로는 최대 규모다. 29일에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아파트형으로 신축된 동부구치소는 '밀접·밀집·밀폐'의 3밀 구조라 오래전부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그럼에도 법무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 등 안이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서울동부구치소에서 2차례 음성 판정을 받고 다른 교정시설로 이송된 뒤 확진된 수용자도 17명이나 된다. 서울남부교도소 16명, 강원북부교도소 1명이다. 법무부가 다른 교정시설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교정당국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송된 수용자들의 경우 모두 독실에 수용된 만큼 기존 수용자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도소에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음압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코로나19가 확산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 같은 우려때문에 동부구치소 확진자 345명이 이감한 청송 교도소에서는 교도관 8명이 집단 휴직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추미애 장관은 30일까지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전날(29일) 오후 동부구치소를 찾았지만 입장표명 없이 30분간 직원 격려와 당부만 남긴 뒤 돌아갔다.

추미애 장관은 대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처분 효력을 정지한 법원 결정을 비판하고, 공수처 출범을 비판한 야당 주장에 반박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연이어 내놨다. 법무부는 또 수용자 전수검사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 측이 "전수검사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는 책임 회피성 입장을 내놔 논란이 됐다. 서울시 측은 "일방적인 책임 떠넘기기"라며 반발했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은 일제히 추미애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재식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과거 집단감염을 교회 탓, 집회 탓으로 돌리고, 국민을 탓하며, '살인자'라면서 비난하면서, 엄정 대응, 형사책임, 구상권 청구로 압박했던 정부가 아닌가"라며 "그런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기관인 동부 구치소의 집단감염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소자와 직원 및 가족들의 안전과 생명을 소홀히 한 정부와 그간 윤 총장 징계에 골몰한 추 장관은,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하고 진상을 규명하라"며 "자가 격리기간 중인 밀접 접촉자를 강제로 방에 몰아넣어 음성이던 사람까지 확진되었다는 기막힌 보도도 있다. 내부 사정을 외부로 알리는 서신 발송을 금지당했다는 인권침해 주장도 있다. 검찰 개혁보다 법무부 개혁이 먼저"라고 했다.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8·15 집회 때는 국민을 살인자라고 했다. 신천지 때도, 사랑제일교회 때도 (책임자를)구속했다"며 "동부 구치소 최악의 집단 감염사태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예산 부족으로 마스크도 지급 안했다. 재소자는 창 밖으로 '살려달라'는 메모용지 흔들며 애타게 호소한다. 청와대에 묻는다. 살인자는 누구인가? 누구를 구속할 건가?"라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은 윤석열 쫓아내기에 바빠 본업인 재소자 관리에 뒷전이었다"며 "동부구치소 대량 감염의 책임은 구치소 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추 장관이 져야 한다. 추 장관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악하기만 한 게 아니라 가장 무능한 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