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의혹' 정의연 기부금품 모집등록 말소 안 한다

행안부·법제처, '등록기간 외 모집행위'에 "말소사유 해당 안해" 판단
정부가 부실회계와 후원금 횡령 의혹 등이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말소하지 않기로 했다.재판에 넘겨진 정의연의 부실회계 의혹 등이 유·무죄인지와는 별개로 행정적 측면에서 정의연의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취소할 정도의 사유를 현재로선 찾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정의연 의혹과 관련해 검토한 내용이 기부금품 모집등록 말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한 결과 "모집등록을 말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행안부는 이에 따라 그간의 검토 결과와 법제처의 답변을 종합해 정의연의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말소하지 않기로 했다.행안부가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구하며 검토했던 부분은 정의연이 기부금품을 받겠다고 등록한 기간(모집등록 기간)이 아닌 동안에 기부금품을 모집한 것이 모집등록 말소 사유에 해당하는지였다.

정의연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인권 및 명예회복 사업' 목적으로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1년 단위로 행안부에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했는데, 실제 모집이 이뤄진 기간보다 등록된 모집 기간이 1∼2개월 짧았다.

법제처는 이에 대해 "등록증에 기재된 모집 기간 외에 이뤄진 모집은 모집등록을 하지 않고 기부금품을 모집한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뿐"이라며 '계획서와 달리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행위' 등 모집등록 말소 사유가 아니라고 봤다.행안부 관계자는 "정의연이 매년 모집신청 시기가 늦어져 1년에 한두 달가량 미등록 모금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형사처벌 대상인지를 따질 부분이지 모집등록 말소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제처의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기부금 모집자나 모집종사자가 모집·사용계획서와 달리 기부금품을 모집하거나 기부금품 모집·사용 결과 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록청은 해당 단체의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단체는 행안부나 광역 지방자치단체 등 등록청에 등록해야 한다.모집 목표액이 10억원을 넘으면 행안부가 등록청이 되며, 정의연은 2017년부터 행안부에 등록했다.

행안부는 다만 이번 판단이 윤미향 의원의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전체와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윤 의원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지방재정법 위반·기부금품법 위반·업무상횡령·배임 등 8개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에는 윤 의원이 2016∼2020년 정의연과 관련해 약 13억원을 모집하는 등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단체 계좌로 총 41억 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향후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따라 행안부가 정의연의 모집등록 말소 여부를 새로 판단해야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행안부 관계자는 "법제처에서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은 법령해석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윤 의원의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가운데 행안부 소관인 일부만 해석을 요청했다"며 "다른 부분에서 모집등록 말소 사유가 있는지는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