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절반으로 뚝…내 자식은 절대 음악 안 시킨다" 눈물 [인터뷰]

① - 코로나 공포에 떠는 음악 학원 업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넘어가면서 수입 절반 이상 감소"
"정부 지원? 일선 강사에게 와닿는 지원은 없는 상황"
"평생 하던 음악 그만두고 제약직 영업으로 많이 빠졌다"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1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수도권 학원 집합금지 행정명령 철회 촉구, 학원교육자 궐기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넘어가면서 수입의 70%가 줄어들었습니다."

지난달 11일 서울 모처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프리랜서 피아노 학원 강사 A씨와 프리랜서 실용음악 강사 B씨는 이같이 호소했다. "정부에서 이런저런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프리랜서 강사들이 받는 혜택은 전무한 상황"이라고도 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들에게 그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152만3000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6~8월 3개월간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71만1000원으로 전년(2019년) 동기 대비 오히려 줄었다. 감소폭 1만8000원(1.0%). 같은 기간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323만4000원으로 6만9000원(2.2%) 올랐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프리랜서 피아노 학원 강사 A씨와 실용음악 프리랜서 강사 B씨가 &lt;한경닷컴&gt;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실질적으로 일선 강사에 와닿는 지원은 부족"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며 학원과 교습소에 집합금지 조치를 내린 게 이들에게는 치명타가 됐다. 학생들이 중요한 시기에 수업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학원도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프리랜서 피아노 강사로 활동 중인 20대 A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 2.5단계로 올라가면서 저축은 엄두도 못 낸다. 겨우 생활비 벌기도 빠듯하다"고 했다. 실용음악 프리랜서 강사 활동을 하며 별도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B씨도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갈지 모른데 당장 생활은 힘들고, 그러다보니 장기적 관점의 저축은 아예 포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에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도, 선별 지급되고 있는 이후의 재난지원금도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가구당으로 지원을 해주다 보니 실질적으로 수혜를 입었다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고, B씨는 "1차 때는 보편 지급이었지만 가구당이었고, 그 이후엔 지급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부연했다.비대면 수업에 대해서도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대다수 강사들은 영세 학원에서 일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수입이 줄어들게 됐다고 했다.

A씨는 "영세 학원에서의 비대면 수업은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비대면이 가능한 곳도 결국엔 대형학원이다. 정부 정책도 대형학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비대면으로 수업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저희뿐 아니라 수강생도 악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수강생 집에 피아노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프리랜서 피아노 학원 강사 A씨와 실용음악 프리랜서 강사 B씨가 &lt;한경닷컴&gt;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제 자식은 음악 절대 시키지 않으려 한다"

A씨는 "레슨을 당장 못하다 보니 많게는 월 100만원 넘게 손해를 보고 있다"며 "학원을 닫은 데 대한 지원도 원장에게 가지, 강사에게는 거의 지원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귀띔했다. B씨는 "100%까진 어려워도 50%든 70%든 원래 받던 월급의 어느정도는 보장이 됐으면 좋겠는데 저희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A씨는 "20년 넘게 이 일을 해왔지만 결국 수지타산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나아지겠다는 보장도 없고 업계가 변할 것 같지도 않고 길이 너무 좁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관련 '수도권 학원 집합 금지 행정명령 철회'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음악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이 제약회사 영업직이라고 하더라. 최근에는 코딩을 배워 IT(정보기술) 업계로 재취업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B씨는 "확실한 것은 정말 이 업계와 무관한 일로 간다는 거다. 공연기획이라든지 유관 분야가 아니라 아예 동떨어진 업계로 간다"고 귀띔했다.

A씨는 "평생 음악을 해왔지만 이 일을 좋아서만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이 생기면 절대 음악은 안 시킬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음악이 평생직업이 되기 어려운 만큼 이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상이 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의 삶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코로나19 취약계층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그중에서도 예체능계의 삶을 조명합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