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현황 통계' 폐기하라는 한국노총 "200만 조합원 시대 열것"

정부 '노조조직 현황' 발표에 항의
"제대로 된 검증절차는 거치지 않고
단위노조 신고만으로 허술한 집계"

2년째 '제2노총' 전락 위기감 표출
각종 정부위원회서 위상 바뀔 수도
"90% 미조직 사업장 대상 총력전"
사진=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를 향해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 자료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제대로 된 검증과정 없이 집계된 '엉터리 통계'라는 주장이다. 2년 연속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밀려 '제2노총'으로 전락한 데 따른 위기의식의 표출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정부 통계 시스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2019년말 기준 전국 노조조직 현황을 발표한 지난 29일 다소 이례적인 성명을 냈다. 정부가 매년 12월 직전연도 노조 현황을 발표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과정 없는 허술한 통계라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노조 통계는 단위노조가 신고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작성돼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적어도 국가통계라면 확인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통계를 내야 함에도 고용노동부는 매년 앉아서 신고한 숫자 더하기만 하고, 그걸 국가통계라고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이 꼽은 대표적인 오류는 건설노조 조합원 숫자다. 지난해 기준으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14만명의 조합원을 신고했는데, 최근 치러진 민주노총 선거의 건설노조 선거인단 수는 그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설명이다. 또 건설현장은 수시로 양 노총을 넘나드는데, 이에 대한 통계적 고려사항도 전혀 없다는 게 한국노총의 지적이다.

한국노총의 주장대로 민주노총이 2년연속 '제1노총' 자리를 유지한 것은 양 노총의 조직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양 노총이 모두 지난해 조합원 수 100만명을 넘겼지만 산하 노조 수는 민주노총이 407개, 한국노총은 2405개에 달한다. 민주노총은 주로 공공부문과 대기업 중심이지만, 한국노총은 중소기업 위주의 기업별 노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한국노총에는 정부에 조합원 수를 신고할 여력조차 없는 소규모 사업장이 적지 않다는 게 한국노총의 불만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이번 성명을 낸 데는 2년 연속 제1노총의 지위를 잃으면서 조직의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제1노총으로서 노동계를 대표해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여해왔다. 민주노총도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대형 위원회에서는 민주노총보다 많은 위원 추천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같은 지위를 민주노총에 내줘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한국노총이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대표성 논란도 부담이다. 정부의 통계 시스템 비판 외에 눈에 띄는 대목은 자성과 함께 민주노총에 대한 일전 선포다. 한국노총은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90%에 달하는 1800만 근로자들은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조직확대를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만 조합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세 사업장은 물론 급증하는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노조 가입 '총력전'을 예고한 것이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치우친 노조 문제는 이번 발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간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9→10%로 1%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공공부문은 63.2→70.5%로 급등했다. 민간부문 내에서도 300인이상 사업장 소속 근로자는 264만명 중 145만명(54.8%)이 노조원인 반면 근로자 수가 1206만명인 30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는 9402명(0.1%)만 노조에 가입해있다.

한국노총 출신의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그동안 거대한 양 노총이 조직확대 경쟁을 하면서 자신들의 고용 안정과 이익 극대화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다"며 "이제라도 정작 보호가 필요한 취약 사업장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노동계 내부의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