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직원이 고객용 화장실 쓴 게 죽을 죄인가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백화점 서비스 노동자의 근로 환경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고객 전용'이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이 층별 화장실을 쓰지 못하는 경우는 노동자 인격권ㆍ건강권과 직결된다.

21살 여성 A 씨는 최근 백화점 안내 데스크에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쟁률이 높은 상황에서 바늘구멍을 뚫고 입사에 성공해 매우 기뻤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뼈를 묻을 각오'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하게될 줄은 몰랐다고. 안내데스크 업무를 보던 중 A 씨는 갑자기 배가 아팠다. 근무 시간 중 자리를 이탈해서는 안 되지만 참기 힘들어 화장실에 갔다. 직원 화장실에 갔더니 모든 칸이 차 있었다. 직원들 대부분이 여직원인데 여자 화장실은 겨우 두 칸이었다.

도저히 참기 힘들어 A 씨는 근처의 고객용 화장실에 갔다. 그는 "원래 직원은 절대 고객용 화장실 이용하면 안 된다고 엄격하게 교육을 받았다. 그렇지만 정말 너무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무사히 화장실을 다녀온 후 근무를 했다. 교대 후 휴게실에 갔더니 매니저의 호출이 있었다. 매니저는 "A 씨 아까 고객용 화장실 갔어?"라고 물으며 "고객님에게 컴플레인 들어왔다"면서 A 씨를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급했어도 직원용 화장실을 이용했어야 한다"면서 "고객용 화장실을 간 것은 서비스 업종 종사자로서 엄청난 잘못"이라고 호통쳤다. 그러면서 진술서에 '잘못한 내용'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A 씨는 너무 서러웠다. 그는 "이게 왜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 나도 똑같은 인간인데, 마치 내가 급이 엄청 낮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매니저도, 고객도 사람이니 급한 적 있었을 텐데,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나 싶고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회사에서 정한 사칙이 있으면 이를 따라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컴플레인 걸었다는 고객은 어이없다", "직원과 고객이 화장실 같이 쓰면 그렇게 큰 피해를 보는가. 참 야박한 세상이다", "화장실로 컴플레인 거는 거 진짜 인성 쓰레기 아니냐", "백화점을 그만두지 않는 한 억울하면 어쩔 수 없을 것. 노조에 항의하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 백화점과 면세점 노동자 중 77%가 고객용 화장실 이용을 하지 말라고 교육받았다. 노동자들은 A 씨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직원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노조는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으로 방광염이 같은 나이대 여성 노동자에 비해 3.2배나 많이 발병했다"면서 인격권 침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부터 판매직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고객응대 화장실 사용금지 등 부당한 부분을 개선하도록 전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객용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업체가 비일비재하다. 노동부는 "화장실의 적정한 설치·운영 기준을 담은 '사업장 화장실 가이드를 마련·배포하여 현장에서 준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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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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