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경 신춘문예] 이미지가 눈에 생생…기교와 비약 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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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4
심사평본심에서는 네 분의 시를 다뤘다. ‘전래동화’ 외 네 편은 직설적인 언어로 기성세대와 맞서는 자세가 만만치 않았다. 다만 그것이 사회와 깊이 부대껴서 얻은 것은 아니어서 시야가 좁고 다소 막연해 보였다. ‘가장 내밀한 스펙트럼’ 외 네 편은 흡입력과 호소력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시에서 흐름을 끊는 직접 발화를 자주 사용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 ‘어둠’ 외 네 편은 과감한 생략과 거침없는 반복 등 난숙한 화법으로 이목을 끌었다. 다만 논리가 시를 압도하는 지점이 가끔 눈에 띄었고, 최근 시의 스타일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침윤된 것은 아닌가 하는 혐의도 받았다. ‘유실수’ 외 네 편은 각각의 시마다 이미지를 극적으로 쌓아가면서 심화시켜 가는 상상력이 돋보였다. 본 적 없는 기교와 비약이지만 우리는 이 상실에 맞닥뜨린 자의 눈에 비친 낯설고 속절없이 슬픈 풍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유실수’ 외 네 편을 응모한 차원선 씨를 당선자로 정했다. 게임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아류가 되기 쉽다. 우리는 차씨가 익숙한 새로움을 되풀이하기보다 낯선 전환점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황인숙 시인
손택수 시인·노작 홍사용 문학관 관장
장이지 시인·제주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