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측하지 말고 '팔지 않을' 주식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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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주식투자 가이드현존하는 투자 대가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스승으로 벤저민 그레이엄을 꼽는다. 그레이엄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일명 꽁초)을 싸게 산다는 가치투자 원칙을 정립한 인물이다.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받은 버핏은 이후 기업의 내재가치 평가에 ‘시장 지배력’을 가미하며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가다듬었다. 버핏의 일화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는 격언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앞선 대가들의 투자철학과 원칙을 곱씹어보면 성공의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투자에서 일가를 이룬 고수는 한국에도 여럿 있다. 여의도 증권가를 대표하는 다섯 명의 고수가 제시하는 투자 원칙 10가지를 정리해 봤다.
뻔해 보여도 진리…주식 고수들의 투자원칙 10가지
1. 주식투자의 본질은 기업에 대한 투자다‘주식 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주식투자의 본질은 기업 성장으로 얻어진 이익을 분배받는 데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주인으로서 장기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성과를 공유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도 “기업의 주주가 돼 성장 과실을 공유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해라
고수들은 투자 기회는 우리 일상 속에 늘 있다고 말한다. 최광욱 대표는 “지난 20년간 네이버를 단 한 번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를 통해 자신이 누리는 효용이 지불하는 비용보다 크다는 게 이유에서였다. 최 대표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기업에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3. 1등 기업에 투자해라
박영옥 대표는 “위기 국면에서도 시장 지배력이 있어 꾸준히 이익을 내고 배당을 주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업종 내 ‘1등 기업’의 가치는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는 “하루에 10% 넘게 오른 주식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제일 좋은 주식은 가장 높이 올라가고, 가장 늦게 빠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4. 공시를 읽어라최광욱 대표는 기업 분석의 출발점은 공시된 사업보고서라고 했다. 그는 “‘사업 내용’ 항목을 보면 기업의 성장성은 물론 경쟁 구도, 시장 점유율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고 조언했다.
5.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라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투자를 ‘시간을 이기고 견디는 과정’으로 표현했다. 그는 “자신이 매수한 주식의 가치를 당장 다수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견뎌내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아예 “주식을 산 뒤 노후 대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장기간 묻어두라”고 권했다.6. 분산 투자와 분할 매수해라
안형진 대표는 “해당 종목에 투자할 금액이 정해져 있다면 한 번에 사지 말고 반드시 분할 매수하라”고 충고했다. 분할해 사면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광욱 대표는 “사람은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여러 종목과 자산군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 빚내서 투자하지 마라
존리 대표는 “절대로 빚을 내 주식투자하지 말라”고 했다. 빚을 내 하는 투자는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인 장기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영옥 대표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계좌는 순식간에 깡통이 된다”고 경고했다.
8. 시장을 예측하지 말라
고수들은 시장의 움직임을 함부로 예측해 투자하는 행태를 경계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극단적으로 말해 미래는 어떤 전문가도 확실히 예측할 수 없다”며 “자기 멋대로 앞날을 내다보고 판단하다 보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투자 원칙과 멀어지게 된다”고 했다. 박영옥 대표도 “나는 기업을 연구하지, 경기 예측은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9. 세상의 변화를 민감하게 살펴라
주식투자를 위해서는 세상을 움직이는 트렌드 변화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최광욱 대표는 “4차 산업혁명과 그린혁명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를 지배할 두 개의 큰 트렌드”라며 “이는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 팔 때를 미리 정해놓자살 때만큼이나 파는 시점 역시 중요하다는 게 고수들의 의견이다. 안형진 대표는 “테슬라의 경우 최근 S&P500지수 편입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 나름대로 매도 시점을 미리 잡아놔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때를 기다리고 있다 보면 중간에 주가가 출렁거려도 흔들리지 않고 버텨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