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채무조정제도 미리 정비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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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31일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마무리되면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들이 일시에 과중한 채무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며 “채무조정제도를 미리 정비해 두겠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최근 소득분배지표 등에 나타나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면 사회의 양극화 심화가 우려되고 금융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무조정제도를 정비하고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금융 및 경영컨설팅 지원의 확대를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장은 사모펀드 감독 책임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2014년과 2015년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논의될 때 좀 더 소신껏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소비자피해 방지를 위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는지도 뒤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DLF 사태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사모펀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위험감내능력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들이 은행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매채널을 통해 고위험상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사모는 사모답게’ 고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기강 재정비도 강조했다. 윤원장은 “금감원 임직원 대부분이 그 어느 조직과 비교하더라도 청렴하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부 직원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와 일탈로 인해 우리의 대외적 신뢰가 크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까지의 과오를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신뢰 회복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
아래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신년사 전문.
이를 위해 금융회사들의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점검하고, 핵심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필요한 최소기준을 마련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자본·유동성 관련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바젤Ⅲ 최종안도 조기에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전대미문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 자금공급 확대에 효과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2019년 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이어 라임, 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부실화로 대규모 환매중단(‘20.8월말 기준 총 6조589억원. DLS·신탁을 통한 판매분 포함)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사모펀드 사태는 관련 제도개선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는 과거 10여 년간 논의에만 그쳤었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하게 만든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수익성에만 치중했던 금융회사로 하여금 금융소비자보호를 주요 경영목표의 하나로 내재화하게 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겠습니다.
이제 지난해 일어난 일련의 감독이슈들에 대해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감독 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당시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논의될 때 우리가 좀 더 소신껏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러지를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덧붙여 과연 우리가 소비자피해 방지를 위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는지도 뒤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열두 척의 배로도 압도적인 전력의 적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을 본받아 부족한 감독수단을 탓하는 대신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사력을 다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제라도 스스로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앞으로는 감독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상시감시체계 정비(펀드넷을 활용한 사모펀드 자산내역 대사 강화, 운용사 상시감시시스템 체계 개편 등) 등을 통해 감독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금융시장이 날로 커지고 복잡해지는 가운데 제한된 감독자원과 수단만으로, 우리의 사명인 금융시장의 파수꾼(watchdog) 역할에 필요한 촘촘한 감시망을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의도적 기망행위의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모두 포착해 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현재화된 위험에 엄정히 대처하여 시장규율을 확립하는 한편, 국민경제의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에도 보다 실효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소비자 중심 감독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현행 사모펀드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모펀드의 본래 성격에 맞지 않는 바람직하지 못한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전문사모운용사에 대한 진입규제가 완화되어 일반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사적 자치의 영역이 어느새 공적 감독의 영역으로 바뀌었습니다.
DLF 사태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사모펀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위험감내능력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들이 은행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매채널을 통해 고위험상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사모는 사모답게’ 고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운용사와 판매사 등은 각자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금융회사가 고유 역량을 제고하여 투자자와 국민의 자산축적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책임성 강화 등 내부통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위법·부당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제도 보완을 추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부통제 실패로 반복되는 금융사고의 이면(裏面)에는 부당행위로부터 얻는 이득이 사고의 대가보다 크다는 계산이 깔려있는데, 이러한 유인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겠습니다.
셋째, 금융감독체계 개편입니다. IMF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산업 육성정책과 감독정책 간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감독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산업 육성과 규제완화에 무게가 실리는 가속페달과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지향하는 브레이크가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금융감독은 금융이 기본적인 역할을 잊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일깨우는 작용입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이를 통해 금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효과적인 금융감독체계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은, 내부기강의 재정비입니다. 금융감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우리 스스로가 충분한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감독업무에 흠결 없이 매진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원 임직원 대부분이 그 어느 조직과 비교하더라도 청렴하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부 직원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와 일탈로 인해 우리의 대외적 신뢰가 크게 저하되었습니다. 이제까지의 과오(過誤)를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신뢰 회복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대내적으로는 누적되는 가계부채와 경기침체로 인한 한계기업 누증,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 가중 등이 계속해서 우리 경제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됩니다. 이처럼 엄중한 대내외 경제·금융환경 속에서 국가위험 관리자로서 금융감독원은 다음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금융시스템 복원력 강화)
첫째, 금융시스템의 복원력 강화입니다. 금융권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금융지원 축소시 예상되는 절벽효과(cliff effect)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회사의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촉구하여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자본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며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지도해야 하겠습니다.
한편 금감원은 중소기업 지원 비중이 큰 지방은행과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을 책임지는 금융회사를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금융복합그룹 리스크 상시감시체계를 구축하여 금융계열사로의 위험전이와 이에 따른 동반부실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대체투자 리스크 및 외화자금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도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기후변화리스크(climate change risk)가 금융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금융감독원도 국제기구 및 해외 감독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기후리스크 관리·감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금융감독 활동은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경제와 사회의 안전판으로서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상시적 준비태세를 갖추게 하려는 것입니다.
( 금융중개 역량 강화)
둘째, 금융중개 역량 강화를 위해 힘써야 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장기적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효율적 금융중개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에, 금융회사의 혁신기업 선별 능력 제고 및 중소기업 체질개선 노력 등을 유도하여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시장의 금융중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기능 확대를 유도하고 사모펀드가 건전한 모험자본 공급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해 나갈 필요도 있겠습니다.
아울러, 불공정거래 과징금 도입,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인력 확충 및 유사투자자문업자 점검 강화 등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의 불법·불건전행위를 근절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시 확대와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평가제 시행 등을 통해 공시정보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제고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건전한 시장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 금융소비자보호와 포용금융 강화)
셋째, 금융소비자보호와 포용금융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선, 올해 3월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원활한 시행 및 조기정착을 지원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의 내실화 및 효과적인 활용방안 모색을 통하여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유인을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최근 급증하고 있는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채널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여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방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 소득분배지표 등에 나타나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면 사회의 양극화 심화가 우려되는데, 이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용금융 확대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마무리되면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들이 일시에 과중한 채무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 채무조정제도를 미리 정비해 두는 한편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금융 및 경영컨설팅 지원의 확대를 유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편, 세대 간 디지털정보 격차가 확대되면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digital exclusion)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고령층 친화적 금융상품 개발을 유도하는 등 금융접근성 확대에도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 지속가능 금융혁신 지원)
넷째, 지속가능 금융혁신을 위한 기반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겠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의 발전을 곧 금융의 발전으로 이해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편익 측면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핀테크, 빅테크의 등장은 금융거래의 편의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금융의 플랫폼화가 진전되면서 금융회사의 IT기업 종속을 심화시킬 수 있어 금융시장의 공정 경쟁을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금융의 디지털화에 수반되는 제3자 리스크, 사이버보안 리스크, 디지털 부채 리스크(사이버보안 실패, IT 인프라 부족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및 법적책임 관련 비용) 등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혁신의 주체인 금융회사,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스스로 관리해 나가는 책임성과 역량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요컨대 금융혁신은 금융소비자의 편익제고를 최우선으로 하고, 이를 전제로 금융공급자가 부수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립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공(功)을 인정받기 어렵지만 과(過)를 따질 때 있어서는 혹독한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입니다. 때로는 마음의 상처로 남을 만큼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거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점을 깨달아 한번 더 기운을 내서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묵자(墨子)의 가르침 한 구절을 인용하여 새해 당부사항을 대신할까 합니다. 묵자는 “뜻이 강하지 못하면 지혜에 도달할 수 없고 말이 미덥지 못하면 행동이 과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불강자 지부달 志不强者 智不達, 언불신자 행불과 言不信者 行不果)
새해들어 처음 업무를 시작하는 오늘, 우리 모두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국가위험 관리자’로서의 소임을 마음에 새깁시다. 이를 위해 어떤 풍파에도 흔들림 없이 정진하여 사명감과 전문성으로 재무장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신중하게 말하고 이를 소신껏 지켜 나갑시다. 금융시스템 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감독방향을 일관된 목소리로 금융시장에 전달하고, 각자 맡은 바 감독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간다면 우리원에 대한 신뢰는 결국 따라올 것으로 믿습니다.
신축년 새해 여러분 모두 뜻하는 바 이루시기 바라며,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윤 원장은 “최근 소득분배지표 등에 나타나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면 사회의 양극화 심화가 우려되고 금융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무조정제도를 정비하고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금융 및 경영컨설팅 지원의 확대를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장은 사모펀드 감독 책임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2014년과 2015년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논의될 때 좀 더 소신껏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소비자피해 방지를 위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는지도 뒤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DLF 사태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사모펀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위험감내능력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들이 은행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매채널을 통해 고위험상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사모는 사모답게’ 고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기강 재정비도 강조했다. 윤원장은 “금감원 임직원 대부분이 그 어느 조직과 비교하더라도 청렴하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부 직원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와 일탈로 인해 우리의 대외적 신뢰가 크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까지의 과오를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신뢰 회복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
아래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신년사 전문.
1. 인사말씀
친애하는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소망과 기대 속에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가 ‘흰 소’의 해라고 하는데 불교에서 ‘흰 소’는 ‘자성(自省)’과 ‘깨달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현재를 돌아보고 나아갈 바를 깨닫는다는 의미에서 새해 처음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오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년에도 대내외 경제여건과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소임에 대한 투철한 자성과 자각을 통해 ‘국가위험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2. 2020년 소회와 반성
금융감독원이 출범한 이래로 과거 20년 동안 대내외 여건이 순탄했던 적이 별로 없었지만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에 사모펀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숨가쁜 한해를 보냈습니다. 우선 금감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서비스의 공백을 방지하고 금융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였습니다.이를 위해 금융회사들의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점검하고, 핵심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필요한 최소기준을 마련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자본·유동성 관련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바젤Ⅲ 최종안도 조기에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전대미문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 자금공급 확대에 효과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2019년 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이어 라임, 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부실화로 대규모 환매중단(‘20.8월말 기준 총 6조589억원. DLS·신탁을 통한 판매분 포함)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사모펀드 사태는 관련 제도개선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는 과거 10여 년간 논의에만 그쳤었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하게 만든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수익성에만 치중했던 금융회사로 하여금 금융소비자보호를 주요 경영목표의 하나로 내재화하게 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겠습니다.
이제 지난해 일어난 일련의 감독이슈들에 대해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감독 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당시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논의될 때 우리가 좀 더 소신껏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러지를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덧붙여 과연 우리가 소비자피해 방지를 위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는지도 뒤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열두 척의 배로도 압도적인 전력의 적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을 본받아 부족한 감독수단을 탓하는 대신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사력을 다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제라도 스스로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앞으로는 감독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상시감시체계 정비(펀드넷을 활용한 사모펀드 자산내역 대사 강화, 운용사 상시감시시스템 체계 개편 등) 등을 통해 감독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금융시장이 날로 커지고 복잡해지는 가운데 제한된 감독자원과 수단만으로, 우리의 사명인 금융시장의 파수꾼(watchdog) 역할에 필요한 촘촘한 감시망을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의도적 기망행위의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모두 포착해 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현재화된 위험에 엄정히 대처하여 시장규율을 확립하는 한편, 국민경제의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에도 보다 실효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소비자 중심 감독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현행 사모펀드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모펀드의 본래 성격에 맞지 않는 바람직하지 못한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전문사모운용사에 대한 진입규제가 완화되어 일반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사적 자치의 영역이 어느새 공적 감독의 영역으로 바뀌었습니다.
DLF 사태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사모펀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위험감내능력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들이 은행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매채널을 통해 고위험상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사모는 사모답게’ 고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운용사와 판매사 등은 각자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금융회사가 고유 역량을 제고하여 투자자와 국민의 자산축적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책임성 강화 등 내부통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위법·부당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제도 보완을 추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부통제 실패로 반복되는 금융사고의 이면(裏面)에는 부당행위로부터 얻는 이득이 사고의 대가보다 크다는 계산이 깔려있는데, 이러한 유인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겠습니다.
셋째, 금융감독체계 개편입니다. IMF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산업 육성정책과 감독정책 간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감독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산업 육성과 규제완화에 무게가 실리는 가속페달과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지향하는 브레이크가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금융감독은 금융이 기본적인 역할을 잊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일깨우는 작용입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이를 통해 금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효과적인 금융감독체계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은, 내부기강의 재정비입니다. 금융감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우리 스스로가 충분한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감독업무에 흠결 없이 매진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원 임직원 대부분이 그 어느 조직과 비교하더라도 청렴하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부 직원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와 일탈로 인해 우리의 대외적 신뢰가 크게 저하되었습니다. 이제까지의 과오(過誤)를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신뢰 회복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3. 2021년 금융감독 방향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2021년 새해에도 국내외 경제와 금융의 불확실성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의 장기화, 미중 갈등 지속, 과잉유동성 상황에서 주요국 재정확대에 따른 장기금리 급등 가능성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대내적으로는 누적되는 가계부채와 경기침체로 인한 한계기업 누증,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 가중 등이 계속해서 우리 경제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됩니다. 이처럼 엄중한 대내외 경제·금융환경 속에서 국가위험 관리자로서 금융감독원은 다음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금융시스템 복원력 강화)
첫째, 금융시스템의 복원력 강화입니다. 금융권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금융지원 축소시 예상되는 절벽효과(cliff effect)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회사의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촉구하여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자본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며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지도해야 하겠습니다.
한편 금감원은 중소기업 지원 비중이 큰 지방은행과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을 책임지는 금융회사를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금융복합그룹 리스크 상시감시체계를 구축하여 금융계열사로의 위험전이와 이에 따른 동반부실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대체투자 리스크 및 외화자금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도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기후변화리스크(climate change risk)가 금융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금융감독원도 국제기구 및 해외 감독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기후리스크 관리·감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금융감독 활동은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경제와 사회의 안전판으로서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상시적 준비태세를 갖추게 하려는 것입니다.
( 금융중개 역량 강화)
둘째, 금융중개 역량 강화를 위해 힘써야 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장기적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효율적 금융중개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에, 금융회사의 혁신기업 선별 능력 제고 및 중소기업 체질개선 노력 등을 유도하여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시장의 금융중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기능 확대를 유도하고 사모펀드가 건전한 모험자본 공급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해 나갈 필요도 있겠습니다.
아울러, 불공정거래 과징금 도입,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인력 확충 및 유사투자자문업자 점검 강화 등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의 불법·불건전행위를 근절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시 확대와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평가제 시행 등을 통해 공시정보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제고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건전한 시장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 금융소비자보호와 포용금융 강화)
셋째, 금융소비자보호와 포용금융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선, 올해 3월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원활한 시행 및 조기정착을 지원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의 내실화 및 효과적인 활용방안 모색을 통하여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유인을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최근 급증하고 있는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채널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여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방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 소득분배지표 등에 나타나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면 사회의 양극화 심화가 우려되는데, 이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용금융 확대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마무리되면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들이 일시에 과중한 채무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 채무조정제도를 미리 정비해 두는 한편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금융 및 경영컨설팅 지원의 확대를 유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편, 세대 간 디지털정보 격차가 확대되면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digital exclusion)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고령층 친화적 금융상품 개발을 유도하는 등 금융접근성 확대에도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 지속가능 금융혁신 지원)
넷째, 지속가능 금융혁신을 위한 기반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겠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의 발전을 곧 금융의 발전으로 이해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편익 측면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핀테크, 빅테크의 등장은 금융거래의 편의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금융의 플랫폼화가 진전되면서 금융회사의 IT기업 종속을 심화시킬 수 있어 금융시장의 공정 경쟁을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금융의 디지털화에 수반되는 제3자 리스크, 사이버보안 리스크, 디지털 부채 리스크(사이버보안 실패, IT 인프라 부족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및 법적책임 관련 비용) 등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혁신의 주체인 금융회사,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스스로 관리해 나가는 책임성과 역량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요컨대 금융혁신은 금융소비자의 편익제고를 최우선으로 하고, 이를 전제로 금융공급자가 부수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립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4. 맺는 말씀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지난 해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업무환경 속에서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공(功)을 인정받기 어렵지만 과(過)를 따질 때 있어서는 혹독한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입니다. 때로는 마음의 상처로 남을 만큼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거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점을 깨달아 한번 더 기운을 내서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묵자(墨子)의 가르침 한 구절을 인용하여 새해 당부사항을 대신할까 합니다. 묵자는 “뜻이 강하지 못하면 지혜에 도달할 수 없고 말이 미덥지 못하면 행동이 과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불강자 지부달 志不强者 智不達, 언불신자 행불과 言不信者 行不果)
새해들어 처음 업무를 시작하는 오늘, 우리 모두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국가위험 관리자’로서의 소임을 마음에 새깁시다. 이를 위해 어떤 풍파에도 흔들림 없이 정진하여 사명감과 전문성으로 재무장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신중하게 말하고 이를 소신껏 지켜 나갑시다. 금융시스템 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감독방향을 일관된 목소리로 금융시장에 전달하고, 각자 맡은 바 감독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간다면 우리원에 대한 신뢰는 결국 따라올 것으로 믿습니다.
신축년 새해 여러분 모두 뜻하는 바 이루시기 바라며,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