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한국인의 '본모습' 찾아야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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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한국인은 어떤 정체성을 가졌나
기원전 10세기 전후 생성된 우리 민족의 정체성
일제강점기와 분단을 거쳐 왜곡된 시각에 발목
다음 세대 위해 우리의 본모습 찾아야

우리는 ‘민족(民族)’이란 근대에 도입된 용어의 개념과 역할을 앞세우며 치열한 독립전쟁을 벌였다. 반면 남북이 분열됐고, 민족전쟁을 치렀다. 그런데 2000년 무렵부터는 단일민족 여부에 대한 논쟁이 일며 민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대두됐다. 여기에는 ‘세계화’와 ‘탈민족주의’란 세계사적 흐름과 중화민족주의의 산물인 ‘동북공정’이 등장한데다 북한의 주체사상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또한 이는 우리 역사에 대한 오해와 외부에서 비롯된 단어인 ‘민족’의 역사성, 정치성을 간과한 결과이다(윤명철, 《역사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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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세계사적으로, 특히 한민족의 역사 중 불행이 닥치는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이 기록한 내용을 들여다보자. 20여 권의 책을 분석한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가난하고 더럽다’, ‘남자들은 게으르고, 여성차별이 심하다’, ‘미신에 사로잡혔다’는 점이다. 또한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심해 백성들을 쥐어짠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반면 신체가 크고, 잘 생겼고, 기품이 흐르며, 친절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사실은 머리가 좋고 명민해서 미래에는 희망이 있다고 평가한 점이다. 물론 이는 중국, 일본 나아가서는 다른 아시아인들과 비교해서이다. (김학준, 《서양인들이 관찰한 후기조선》) 이는 ‘외부인’ 또는 ‘방문자’의 관찰기이므로 자의적이고, 판단의 척도가 다르다는 한계는 있으나 객관적이고, 상대비교한 평가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일본은 조선인이 게으르고 사대적이며 의타성이 강하며, 당파성이 강해 분열됐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세끼노 다다시나 야나기 무네요시처럼 자연은 물론 역사에 대한 무지와 경멸로 문화와 미의식, 민족성까지 왜곡한 경우도 많았다. 조선사회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영토는 반도로 고착되고, 농경문화에만 집착해 역동성과 개방성이 약화했다. 문화는 폐쇄성을 띄게 됐다. 문제는 말기인 구한말을 바탕으로 상황과 평가들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타자의 시선으로 관찰된 현상과 평가로는 본질과 내적논리를 파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어떤 방식으로 찾을까? 밝혀진 역사상과 문화 현상을 질료로 삼아 과학과 다양한 이론들을 활용하면 원형 뿐 만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형된 정체성도 규명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정체성의 원형을 몇 가지로 유형화시켰고, 그 중에 현재 한국사회에 부족하고 절실한 몇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이상향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강한 목적의식이다. 우리 터는 심각한 자연재해가 없고, 기후가 온화하며, 사계절이 분명해서 식물성장과 동물들의 안주에 바람직한 생태 환경이다. 따라서 지경학적으로 자급자족과 소박한 생활이 가능하다. 외적이 대규모로 침입하기 힘든 지리와 쉽게 점령할 수 없는 지형을 갖춘 탁월한 지정학적 환경이다. 단 한 번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을 뿐이다. 또한 해가 처음 뜨는 동쪽세계로 인식돼 해를 추구하고 하늘을 숭모하는 신앙을 갖게 했다. 한국, 조선, 부여, 신라 등의 나라 이름과 왕명들은 ‘해’와 ‘밝음’을 뜻하고 백두산, 태백산, 한강 같은 지명,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같은 종교의례 역시 ‘해’와 연관이 깊다.
그러나 절망적인 말기에도 서양인들이 간파할 정도로 보존한 ’원형‘의 편린들은 개화했다. 정체성은 짧은 기간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란 세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성공의 기본 동력이 됐다. 다만 높은 효율과 외적 성과를 위한 속도전과 편법 때문에 사회갈등이 심각해졌다. 또한 가치관의 질적인 저하가 비일상적인 정치현상 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란 전염병 사태로 심화됐다. 더구나 미·중 간 충돌, 북한의 위협으로 실질적인 안정의 위협도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란 거시적 안목에서 보면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고,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며, 도약의 계기도 될 수 있다.
또 다시 새해가 됐다. 해가 떠오르는 우리의 터는 민족에게 해맞이의 주역이란 숙명도 함께 줬다. 한동안 그 숙명을 거스른 상태로 그늘 속에서 헤맸지만, 이제는 원형의 상실과 복구를 반복하는 것을 넘어 정체성의 원핵을 발굴해야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상황과 주체에 적합한 논리와 행동양식, 전략을 추구하는 정체성을 찾고 키워야 한다.
윤명철 < 동국대 명예교수·우즈베키스탄 국립 사마르칸트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