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으로 부활한 신해철, 빅히트 가수들과 시공초월 무대

빅히트 첫 레이블 합동공연…BTS "내년엔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길"
"우리가 걸어온 길 위에는 수많은 정답과 오답, 숱한 밤을 잠들지 못하게 한 끝없는 질문들이 새겨져 있습니다.그리고 여기 그 질문에 아낌없이 답해온 이가 있습니다…뜨겁게 그리고 치열하게 우리를 위로한 음악으로 말이죠."

방탄소년단(BTS) 슈가가 이렇게 소개하자 '영원한 마왕' 고(故) 신해철(1968∼2014)의 노랫말이 화면에 가득 떠올랐다.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 말라고(해에게서 소년에게), 우리 모두 지워지지 않는 질문의 답을 찾아 걷고 있다고(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으니 외로워 말라고(나에게 쓰는 편지)…"
명곡 '그대에게'가 흘러나오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신해철의 형상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인공지능(AI)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신해철은 뉴이스트 백호, 여자친구 유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태현, 엔하이픈 희승, 가수 겸 프로듀서 범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마치 생전의 모습처럼 생생하고 힘찬 몸짓도 보여줬다.

빅히트 레이블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합동 공연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NEW YEAR'S EVE LIVE)에서 신해철을 위해 시공을 뛰어넘는 헌정 무대를 선보였다.뉴이스트 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휴닝카이, 엔하이픈 제이는 고인이 생전 미완성 상태로 남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프로토타입(Prototype)과 협연을 펼쳤다.

이 작품은 이번 헌정 무대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동서양 음악의 접목도 시도했다.'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에서는 국악인 장서윤이, '그대에게'에서는 풍물패와 북청사자놀음이 함께 등장했다.
신해철 헌정 무대는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이번 공연의 주제를 다층적으로 표현한 시도다.

첨단 기술을 사용해 세대와 시간을 초월한 만남을 구현했고, 빅히트 산하 서로 다른 레이블 가수들이 함께 무대를 펼쳤다.

플레디스·쏘스뮤직 등 굵직한 기획사들을 인수해 레이블로 편입한 빅히트가 합동 공연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팬들 일각에선 이들을 '한 식구'로 묶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공연에서는 빅히트 레이블의 유대감을 강조하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됐다.

신해철 헌정 무대는 선배 뮤지션에 대한 존경을 공통분모로 삼았고, 소속 그룹 리더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오프닝 세리머니와 새해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공연은 새해 카운트다운을 포함해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멀티뷰 등 생동감을 더하는 효과도 마련됐다.
신인 엔하이픈과 청량한 매력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초반 무대를 꾸미고 범주와 이현이 호소력 있는 라이브를 보여줬다.

여자친구는 그동안 보여준 여러 콘셉트를 다채로운 무대로 소화했고 새해 데뷔 10년 차를 맞는 뉴이스트도 노련한 무대를 펼쳤다.

클라이맥스는 방탄소년단이 장식했다.

올해 최고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에 이어 격렬한 안무의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를 선사한 이후 해외 뮤지션들과 화상 연결 무대도 꾸몄다.

스티브 아오키와의 '마이크 드롭'(MIC Drop), 라우브와의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 할시와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 그동안 방탄소년단 곡들에 피처링한 외국 뮤지션들과 공간을 뛰어넘어 협연했다.
'메이크 잇 라이트'와 마지막 곡 '라이프 고스 온' 무대에는 어깨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슈가도 합류해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겼다.

멤버들은 하루빨리 팬데믹이 종식돼 팬들을 직접 만나 공연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뷔는 "여러분이 있는 그곳이 어디든 우리는 언제나 같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정국은 "2021년에도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힘들었던 2020년도 결국에는 지나갔죠.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내년 이 시간에는 우리가 부디 좀 더 가까운 곳에서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올 거라고 감히 단언해 봅니다."(RM)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