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발 '사면론'에 與 크게 술렁…찬반 교차

"털 건 털자"·"선심쓰듯 해서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일 전격적으로 꺼내든 사면론에 여권 내부가 크게 술렁였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새해 국민통합의 취지에서 집권여당 대표로서 충분히 고려할만한 선택지라는 평가와 함께,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회의적 목소리도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 대표가 "적당한 때"를 언급한 만큼 실제 사면을 건의하는 시기와 방식은 여론을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국민 여론과 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판단하실 문제다.

찬반 논쟁을 벌일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무한정쟁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면 국력을 낭비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털 수 있는 부분은 털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가 아니겠다"라고 해석했다.

과연 국민적 동의가 가능할지를 경계하는 표정도 읽힌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사면은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정농단에 이르게 된 정치구조와 문화를 혁신하겠다는 정치권의 공동결단 없이 추진되는 사면은 민심에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4선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과 처벌이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게 될 수도 있는 데다, 자칫 국론 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시기적으로도 내용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장 당원 게시판에는 "이러자고 촛불 든 것 아니다.

이건 배신", "국민 통합은 없고 당내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페이스북에 "두 전직 대통령의 재직시절 범죄로 고통받았던 수많은 국민이 있다"며 이낙연 대표의 입장철회를 요구한 것도 범진보 진영의 회의적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 친문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 여론을 파악도 하지 않고 갑자기 사면론을 던지는 것은 생뚱맞은 것 같다"며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은 것인데 권력층이 선심 쓰듯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내 초선 의원은 "정치권 갈등을 봉합하자는 차원에서 던진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사면권은 형사사법 체계에서 큰 예외 조항이라 행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최근 문 대통령과 두 차례 독대를 한 만큼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된 적이 없긴 하지만 당·청 간에 최소한의 공감대는 있었을 것 같다"며 "오히려 대통령이 임기 말기에 스스로 매듭을 풀고자 하는데 이 대표가 그 숙제를 덜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