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에…마크롱 "부당한 지연 없을 것"

신년사 발표…"2021년 봄까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힘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다른 나라들보다 현저히 느리다는 지적 속에 "부당한 지연"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마크롱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발표한 신년사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부터 안전한 방법과 적절한 순서에 따라 백신을 원하는 모든 프랑스인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새해를 약 4시간 앞두고 방영한 담화에서 "천재들이 단 1년 만에 만들어낸 백신에 희망이 있다"면서도 "내년 봄까지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리의 삶에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날 프랑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략은 "안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는데, 이는 프랑스에서의 더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프랑스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난 27일 시작했지만 동시에 백신을 배포한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비교하면 접종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제하지 않고 국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초반 속도가 중요하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이웃 나라인 독일에서 7만8천명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사이 프랑스에서는 200명도 채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프랑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 의사 진찰을 받아야 하고, 본인 동의가 필요한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게 일간 르피가로의 분석이다.

알랭 피셔 코로나19 백신 접종전략 담당관은 프랑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천천히 이뤄지는 이유를 두고 "백신을 느리게 접종하면 최상의 안전조건에서 접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도 지난 29일 방송에서 "신속함과 성급함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2021년 1월 말에는 프랑스도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게 된다"고 정부 방침을 두둔했다.하지만 프랑스 국립의학아카데미는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리면 초기 방어가 어렵다며 정부의 방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의 목표는 2021년 2월 말까지 고령층과 고위험층 100만명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 직전 베랑 장관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다음주부터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요양시설에 입소한 사람들과 65세 이상 의료진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는데 50세 이상 의료진으로 범위를 늘리기로 했다.이날까지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62만425명으로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고, 사망자는 6만4천632명으로 세계 7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