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꿈꾸는 발레리나…영화 '걸'

"여자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

"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16세, 라라. 영화 '걸'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름답고 위태로운 라라의 여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남자의 몸으로 태어난 라라는 여자가 되기로 하고, 단계적인 수술과 호르몬 치료를 병행한다.

인생을 뒤흔드는 결정에도 주변 환경은 의아할 만큼 평온하다.

라라는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발레리나로 성장하기 위한 수업에 참여한다. 그의 선택을 부정하며 윽박지르는 부모도,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히는 학교 친구들도 없다.

영화는 라라가 겪는 혼란을 외부의 사건들을 이용해 부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격하게 표출하지도 않는다. 오직 내면에 집중하면서 그의 불안감과 조바심을 드러낸다.
라라에게 여자로서의 삶은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여자가 되기로 했지만, 남자를 좋아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라라. 옆집 남자아이와 스킨십을 하다가 도망쳐버리는 라라는 새로운 삶에 적응해나가는 중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라라가 발레 연습을 하는 장면으로 채워진다.

뒤늦게 발레를 배우는 그는 또래 발레리나들의 실력을 쫓아가기 위해 연습을 거듭한다.

피로 물든 발을 혹사하면서 발끝을 세우고 턴을 하는 몸짓은 애처롭기만 하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채찍질은 남자로 태어나 여자가 되고자 하는 라라의 현실을 반영한다.

"포기하는 것 아니지?"라는 질문에 연습을 이어가는 라라를 관객들은 응원하게 된다.
영화는 트랜스젠더 발레리나인 노라 몽세쿠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이 그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노라 몽세쿠흐는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되는 것을 거절했다가 1년여간의 고심 끝에 승낙했다.

그는 시나리오 초고부터 최종 단계까지 영화 제작 전반에 참여했는데 "어떤 순간들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속 라라를 연기한 배우 빅터 폴스터는 실제 벨기에의 '로얄 발레 스쿨'에 다니는 남성 무용수다.

영화에 댄서로 참여하기 위해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루카스 감독 눈에 띄어 주연으로 발탁됐다.

그는 몸짓과 표정만으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영화는 제71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4관왕(황금 카메라상·주목할 만한 시선 남우주연상·국제비평가협회상·퀴어 종려상)을 차지하며 호평을 받았다. 오는 7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