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유망 기술] 2021년 주목해야 할 바이오테크 TO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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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얼룩진 2020년이 지나가고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코로나19로 의약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새로운 바이오테크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올해 어떤 기술에 주목해야 할지 정리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버프’를 받은 바이오테크 기술이 빠르게 성장한 한 해였다.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분자진단 등 체외진단기기 산업이 크게 성장했고, 그간 한 번도 상용화된 적이 없었던 mRNA 백신이 큰 주목을 받았다.2021년은 어떨까. 세계경제포럼(WEF)과 미국의 과학전문매체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매년 주목해야 할 10대 미래유망기술을 발표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삶을 개선시키고 산업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큰 10개의 기술을 꼽았다. 이중 제약바이오와 관련한 기술은 총 4개다.
①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마이크로니들은 아프지 않은 주사와 채혈을 가능하게 한다.”
마이크로니들은 아주 얇은 바늘로 주사나 채혈 시 신경말단에 바늘이 닿는 것을 피해 고통을 줄여준다. 두께는 1~100미크론(1미크론은 1000분의 1mm)으로 머리카락의 두께 정도다. 길이는 50~200미크론이다. 일반적인 종이 두께보다 짧은 마이크로니들은 각질층을 지나 표피층에 도달한다. 신경 말단이 존재하는 진피층까지는 닿지 않아 아프지 않다. 대부분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당뇨, 암, 신경병성 통증 질환 등 계속해서 약물을 주입해야 하는 질환 위주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또 주기적으로 채혈을 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마이크로니들과 바이오센서를 결합한 제품도 개발 중이다. 아프지 않게 채혈한 뒤 연결된 센서가 수 분 안에 포도당, 콜레스테롤, 면역 세포 등의 상태를 바로 분석한다. 현재 미국의 세븐스 센스 바이오시스템 등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② 가상환자(Virtual patient)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IT 기술이 신약 개발의 영역까지 침투했다. 많은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환자 모집’을 꼽는다. 실제 IBM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임상시험의 75%가 환자를 제때 모집하지 못해 일정이 지연됐다.가상환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환자는 정밀 의학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로 컴퓨터에서 실제 장기의 기능을 구현해낸 시스템이다. 고해상도의 장기 이미지를 통해 해부학적인 정보를 얻은 뒤, 복잡한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사람과 유사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낸다. 이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인실리코(in silico)’ 임상이라고 부른다.
먼 미래같지만 인실리코 임상시험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새로운 유방촬영시스템을 평가하기 위해 사람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또 약물이나 의료기기 임상시험 시 가상환자를 포함하는 경우 시험 설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③ 디지털 의료(Digital medicine)디지털 의료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의료 시장은 2025년까지 94억 달러(약 10조6600억 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된다.
디지털 의료에는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디지털 치료기기(디지털 치료제)와 비대면 의료 소프트웨어, 웰빙 앱 등이 모두 포함된다.
최근 급성장 중인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미국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디지털 치료제 ‘리셋(reSET)’이 2017년 세계 최초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불면증 치료를 위한 ‘솜리스트’, 영국의 빅헬스가 출시한 ‘슬립피오’ 등이 연달아 출시됐다(2020년 11월호 이슈 하이라이트 참조).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가 디지털 의료 시장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가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디지털 의료는 필수적이다. 실제 FDA는 2020년 4월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위험성이 낮은 정신건강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서 일시적으로 허가 기준을 완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로나19의 증상과 위험 요인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코로나19와 관련한 질문에 의료기관들이 답하는 ‘헬스케어 봇’을 출시했다. ④ 게놈 합성(Whole-genome synthesis)
마지막 유망기술은 합성생물학을 통한 게놈 합성이다. 합성생물학은 생물체의 게놈을 시험관에서 합성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2010년 미국의 생물학자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세계 최초로 박테리아의 게놈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인공생명체를 탄생시켰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이 논문은 2600회 이상 인용될 정도로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벤터 박사의 연구에서 시작된 합성생물학 연구는 코로나19를 만나면서 다시 한번 가능성을 증명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중국의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게놈 정보를 공개했고, 스위스 베른대 연구진은 전체 게놈을 합성해 바이러스를 생성했다. 그 덕에 바이러스 샘플을 기다리지 않고 일주일 만에 바로 실험에 착수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해내거나 세포 기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합성생물학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유전자 설계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수백만 개의 뉴클레오티드의 DNA 서열을 합성하고 조립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19 ‘버프’를 받은 바이오테크 기술이 빠르게 성장한 한 해였다.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분자진단 등 체외진단기기 산업이 크게 성장했고, 그간 한 번도 상용화된 적이 없었던 mRNA 백신이 큰 주목을 받았다.2021년은 어떨까. 세계경제포럼(WEF)과 미국의 과학전문매체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매년 주목해야 할 10대 미래유망기술을 발표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삶을 개선시키고 산업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큰 10개의 기술을 꼽았다. 이중 제약바이오와 관련한 기술은 총 4개다.
①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마이크로니들은 아프지 않은 주사와 채혈을 가능하게 한다.”
마이크로니들은 아주 얇은 바늘로 주사나 채혈 시 신경말단에 바늘이 닿는 것을 피해 고통을 줄여준다. 두께는 1~100미크론(1미크론은 1000분의 1mm)으로 머리카락의 두께 정도다. 길이는 50~200미크론이다. 일반적인 종이 두께보다 짧은 마이크로니들은 각질층을 지나 표피층에 도달한다. 신경 말단이 존재하는 진피층까지는 닿지 않아 아프지 않다. 대부분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당뇨, 암, 신경병성 통증 질환 등 계속해서 약물을 주입해야 하는 질환 위주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또 주기적으로 채혈을 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마이크로니들과 바이오센서를 결합한 제품도 개발 중이다. 아프지 않게 채혈한 뒤 연결된 센서가 수 분 안에 포도당, 콜레스테롤, 면역 세포 등의 상태를 바로 분석한다. 현재 미국의 세븐스 센스 바이오시스템 등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② 가상환자(Virtual patient)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IT 기술이 신약 개발의 영역까지 침투했다. 많은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환자 모집’을 꼽는다. 실제 IBM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임상시험의 75%가 환자를 제때 모집하지 못해 일정이 지연됐다.가상환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환자는 정밀 의학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로 컴퓨터에서 실제 장기의 기능을 구현해낸 시스템이다. 고해상도의 장기 이미지를 통해 해부학적인 정보를 얻은 뒤, 복잡한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사람과 유사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낸다. 이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인실리코(in silico)’ 임상이라고 부른다.
먼 미래같지만 인실리코 임상시험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새로운 유방촬영시스템을 평가하기 위해 사람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또 약물이나 의료기기 임상시험 시 가상환자를 포함하는 경우 시험 설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③ 디지털 의료(Digital medicine)디지털 의료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의료 시장은 2025년까지 94억 달러(약 10조6600억 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된다.
디지털 의료에는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디지털 치료기기(디지털 치료제)와 비대면 의료 소프트웨어, 웰빙 앱 등이 모두 포함된다.
최근 급성장 중인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미국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디지털 치료제 ‘리셋(reSET)’이 2017년 세계 최초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불면증 치료를 위한 ‘솜리스트’, 영국의 빅헬스가 출시한 ‘슬립피오’ 등이 연달아 출시됐다(2020년 11월호 이슈 하이라이트 참조).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가 디지털 의료 시장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가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디지털 의료는 필수적이다. 실제 FDA는 2020년 4월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위험성이 낮은 정신건강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서 일시적으로 허가 기준을 완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로나19의 증상과 위험 요인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코로나19와 관련한 질문에 의료기관들이 답하는 ‘헬스케어 봇’을 출시했다. ④ 게놈 합성(Whole-genome synthesis)
마지막 유망기술은 합성생물학을 통한 게놈 합성이다. 합성생물학은 생물체의 게놈을 시험관에서 합성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2010년 미국의 생물학자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세계 최초로 박테리아의 게놈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인공생명체를 탄생시켰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이 논문은 2600회 이상 인용될 정도로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벤터 박사의 연구에서 시작된 합성생물학 연구는 코로나19를 만나면서 다시 한번 가능성을 증명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중국의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게놈 정보를 공개했고, 스위스 베른대 연구진은 전체 게놈을 합성해 바이러스를 생성했다. 그 덕에 바이러스 샘플을 기다리지 않고 일주일 만에 바로 실험에 착수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해내거나 세포 기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합성생물학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유전자 설계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수백만 개의 뉴클레오티드의 DNA 서열을 합성하고 조립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