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열 넥슨 실장, “나 말고, 소비자가 원하는 걸 해라”

이동열 넥슨 캐주얼사업1실장/ 사진=넥슨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은 지난해 한국 게임업체 처음으로 기업가치 30조원을 넘어섰다. 넥슨의 기업 가치 상승은 실적이 뒷받침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이 작년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렇게 모바일 게임이 성공하는데는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 게임은 영화처럼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라서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하다. 출시 초기에 인기몰이를 하지 못하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출시되고 시간이 지난 게임에서 이용자의 이탈을 막고 유지하는 것도 마케팅의 중요 임무다. 이동열 넥슨 캐주얼사업1실장은 지난해 넥슨 모바일 게임의 흥행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이 실장은 10년 이상 넥슨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국내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마케터다.

그는 2008년 ‘카트라이더’ 마케팅 담당으로 넥슨에 입사했다. 이후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2’ 등의 PC 게임과 ‘HIT’, ‘메이플스토리M’, ‘야생의 땅: 듀랑고’,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모바일 게임들의 마케팅을 맡았다. 게임 개발 관리, 사업 전략 수립, 이벤트 프로모션 기획, 상품 판매 관리 등의 업무도 두루 맡고 있다.


Q: 게임 마케팅의 특징은?

A: 게임은 하나의 제품이면서 서비스다. 그래서 동시에 여러가지 미션을 달성해야 한다. 우선 제품을 잘 알려 많은 이용자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이 서비스(게임)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소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게임에서는 소비자와 마케터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다. 소비자의 피드백을 바로 받는다. 가장 가까이에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의 속성이 하루하루 바뀌고 개선된다.

그래서 게임 마케터들은 게임을 처음 선보이고 서비스를 종료할 때까지 굉장히 넓은 카테고리의 마케팅 업무를 수행한다. 중장기적인 브랜딩과 짧은 주기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 이벤트를 널리 알리는 일, 게임 상품 프로모션 등 다양하다. 변하는 제품의 속성을 계속 파악할 수 밖에 없다.


Q: 최근 성공한 마케팅 사례는?

A: 2020년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다시 한번 국민 게임으로 평가받은 게 큰 성과였다. 기존의 카트라이더 팬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 어린이부터 30~40대 부모 세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흥행으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카트라이더의 기존 이용자뿐 아니라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은 소비자까지 단계별로 공략한 전략이 적중했다.

Q: 마케팅에서 넥슨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A: 넥슨은 한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함께 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새로운 게임을 선보이면서 도전해왔다. 마케팅 노하우와 관련 데이터도 많이 축적했다.

회사 조직적인 측면에서 보면 프로젝트를 중심에 두고 마케팅 조직과 프로덕트매니저(PM) 조직이 모여 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좀 더 긴밀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구조다. 개성있는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고 해당 퍼포먼스도 극대화할 수 있다.

인력 구성 면에서는 게임 마케팅을 오랫동안 해온 베테랑 직원부터 신입 사원까지 연령대의 폭이 넓다. 다양한 시각으로 다채로운 의견들을 나눌 수 있다.

Q: 마케팅에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

A: 두뇌회전이 빠르지 않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스타일도 아니다. 대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생각하고 고민한다.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 전 계획수립 단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한다. 그렇게 해서 더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예측 가능한 리스크를 관리한다.

‘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업무에서 벽에 부딪히면 일정 때문에라도 타협안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마다 한번 더 생각하면서 절대로 하지 못할 대안을 먼저 만든다. 거기에서 실현 가능한 요소들을 뽑아보면서 조금씩 다듬는다. 이 과정에서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방법을 찾기도 한다.


Q: 게임업계의 마케팅 최대 현안은?

A: 모든 산업이 그렇겠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 자체가 크게 변했다. 소비자 행태도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로 삶의 여유가 줄어들면 여가에 쓰는 노력과 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게이머들의 이용 행태도 많이 바뀌게 된다.


Q: 넥슨에서 마케팅 최대 현안은?

A: 최근 마케팅업계에서는 광고 운영의 효율성 증대, 광고의 개인화 등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고도화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넘게 지금의 마케팅 방식과 방법론들이 크게 바뀌지 않고 정체돼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단계 나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고민이 많다. 온라인 게임은 다른 산업보다 마케팅의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산업의 마케팅 사례를 배워왔다. 앞으로는 게임 마케팅의 사례가 다른 산업에도 귀감이 되고 좋은 인사이트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


■ Interviewer 한 마디

‘소비자 우선’, ‘마케팅 방향성 유지’
이동열 실장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두 가지 포인트로 요약된다.

마케팅에서 타깃인 소비자를 고려하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 실장은 소비자, 게임 이용자를 계속 강조했다. 마케터들이 종종 소비자가 최우선이란 사실을 놓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내(마케터)가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걸 얘기해야 소비자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열정 있는 마케터라면 누구나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결코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는 ‘큰 그림’을 그릴 것도 주문했다. “큰 방향성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행동해야 합니다. 순간 순간의 작은 액션들에 너무 집중하면 궁극적인 목표는 잊고 지금 하는 일에 매몰될 수 있어요.”10년 이상 경력의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마케터인 이 실장이 강조하는 ‘소비자 우선’과 ‘마케팅 방향성 유지’는 너무 당연하지만 지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