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집단면역 시점 예상보다 더뎌…하반기까진 경제 회복 쉽지 않아"

美 '월가 전문가' 이메일 인터뷰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

9000억弗 추가부양책도 부족
'K자형 경기' 지속 가능성 커

돈 너무 풀려 인플레 대비해야
팬데믹 후 '유동성의 복수' 우려
지난해 미국 및 세계 경제는 전례없는 보건 위기 속에서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만 호황을 보였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실물 경제의 추가 추락을 막아줬다는 평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올해는 어떨까. 오랫동안 글로벌 경제 및 증시를 연구해온 케빈 심슨 캐피털웰스플래닝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에게 새해 전망을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이메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9000억달러의 추가 부양책도 미국 경제를 정상화하기엔 불충분하고요. 올 하반기까지 어려움이 지속될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적 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올해 미국 경제를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백신 보급과 부양책 시행으로 경기 침체의 긴 터널 끝에 빛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얼마나 더 지나야 완전히 터널을 통과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손 교수는 “코로나19가 세계적인 유행병이기 때문에 다수의 세계인이 백신 접종을 해야 끝이 날 수 있다”며 “상당수 미국인이 백신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올해 중반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관측했다.그는 “지난해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는 5~6%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 상승으로 부자들이 더 부유해지는 반면 서비스업 종사자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K자형’ 회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K자형 회복은 산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물 경제와 달리 증시엔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대규모 지원금이 또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연방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작년 미국 증시를 떠받친 원동력이었다”며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상반기 부양책이 나온 뒤 3~5%에 그쳤던 저축률이 두 자릿수로 급등했다”며 “저축 자금 중 상당액이 증시로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에 새 지원금이 배포되면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며 “일각의 증시 거품 우려를 주시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함정(통화 공급이 가계 소비 및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생기면서 인플레이션이 차단됐지만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종료 이후엔 ‘유동성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려면 결국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급망이 망가진 상황이기 때문에 각국의 적절한 대처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미·중 대립과 관련해선 “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중국을 적대국으로 여기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도 갈등은 불가피하다”며 “한국 등 여러 국가가 무역 체계 및 기술 표준에서 양자택일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중 갈등은 두 나라를 포함해 어떤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5일로 예정된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행정부와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상원까지 가져갈 경우 증세와 소득 재분배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손 교수는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하면 미국 경제 성장이 느려지고 증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선 낙관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반도체와 전자제품, 헬스케어 상품 등 한국산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코로나19 이전 경제로 가장 빨리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작년 1.0% 위축됐지만 올해는 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다만 △한국 내 백신 보급이 늦어진 점 △가계소득 증가율이 더뎌지고 부채가 늘어난 점 △미·중 무역 및 정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상화폐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투기적 거래 수단일 뿐이라며 “저축 수단으로 보기에도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 손성원은...美 경제 최고 이코노미스트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광주제일고와 플로리다주립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피츠버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LA한미은행 행장 등을 역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2009년 톱5 이코노미스트’에 뽑혔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