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축년 새해, 힘내십시오 기업인

정구용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withyou@klca.or.kr >
10여 년 전 세밑 무렵 일본 교토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교토 시내에는 여느 도시의 연말연시와 마찬가지로 성탄과 새해를 축복하기 위한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빛의 청아함과 영롱함은 여느 도시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 마치 반짝이는 보석을 뿌려놓은 것처럼 신비로웠다.

땅에 내린 이 별들은 나카무라 슈지가 1995년 개발에 성공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로, 지금은 조명과 디스플레이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는 교토의 대표 기업인 교세라에 합격했지만 입사를 포기하고 니치아라는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당대 세계적 물리학자들도 30년간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하며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밤하늘의 별을 지상에 내려 우리에게 안긴 공로가 인정된 것이다.교토에서 마주한 나카무라의 별은 자연스럽게 도시샤대를 나와 교토의 시인이 된 윤동주의 별을 떠올리게 했다. 적국의 땅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노래한 윤동주에게 그 별은 암울한 시절을 이겨내는 한 줄기 희망이자 독립이었다. 나라도 이름도 빼앗겼지만 고향에서 보던 별은 이국의 땅에서도 그의 가슴에 내려앉아 작은 희망이 됐다. 그리고 그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어머니를 담아 희망을 노래했다.

하늘의 별빛과 땅의 불빛은 모두 우리에게 희망을 얘기해 주고 있다. 암울한 현실과 어지러운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두운 산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고 도시의 불빛만이 영롱하다. 그래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어느 희극인의 멋진 비유가 생각난다.

과학자가 집념으로 불빛을 만들고 시인이 감성으로 별을 노래하고 희극인이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며 인생을 풍자할 때, 우리 기업인은 별을 보며 그곳에 다가갈 방법을 찾고 있다. 나라 전체가 나서도 될까 말까 한 일에 일개 기업인이 나서 그런 큰일을 해내겠다는 생각은 몇 년 전만 해도 한낱 허황된 꿈으로만 여겨졌다.그러나 이제 그 꿈이 몇몇 기업인에 의해 현실이 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블루 오리진의 카이퍼 프로젝트를 통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통해 우주인터넷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이는 5세대(5G) 이동통신보다 50배 이상 빠른 6G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이 꿈은 화성이라는 별 여행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인의 꿈은 별을 찾아 우주로 향하고 있다.

우리는 별과 불빛을 바라보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과학자는 별을 만들고 시인은 별을 노래하고 기업인은 별을 찾아 나선다.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오늘 밤에도.

힘들고 지난했던 밤은 지나고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에도 별과 불빛을 바라보며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할 기업인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