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3] 메드팩토, 암 내성 막는 TGF-β 저해제 ‘백토서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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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팩토는 TGF-β(형질전환증식인자) 관련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호암상을 수상한 김성진 대표가 2013년에 설립한 신약 개발 전문 벤처기업이다. 현재 TGF-β 저해제인 ‘백토서팁’과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와의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TGF-β는 암세포의 발달과 항암제에 대한 내성, 종양미세환경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TGF-β 단백질이 암세포의 발달과 전이, 항암제 내성에 관여한다는 건 40년 전에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TGF-β를 타깃으로 하는 항암 신약 개발은 비교적 최근 본격화됐다.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TGF-β는 우리 몸의 면역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물질로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면서 “이전까지는 단일요법으로 효과가 없어 별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면역항암제가 등장하고 병용요법이라는 아이디어가 부상하면서 TGF-β 저해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TGF-β는 어떻게 암세포를 돕나
미국 암연구소(CRI)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TGF-β 저해제를 이용한 병용임상으로 등록된 수는 총 15건이다. 김 대표는 “2019년 TGF-β 저해제인 M7824와 관련해 37억 유로 규모 빅딜이 성사되며 TGF-β 저해제가 병용요법의 한 주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TGF-β는 크게 3가지 방식을 통해 암세포와 종양미세환경의 발달, 전이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먼저 TGF-β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신호로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이 신호를 받아들이는 기전이 망가졌기 때문에 세포 성장에 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 암세포와 그리고 암세포를 둘러싼 종양미세환경은 TGF-β를 폭발적으로 분비하는 데 그 결과, 이 신호가 듣지 않는 암세포는 잘 자라지만 그 주위의 정상세포는 살 수 없게 된다.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기전에도 TGF-β가 관여한다. 김 대표는 “암세포가 TGF-β를 많이 분비하게 되면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암 줄기세포가 생성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면역억제 기능이다. TGF-β는 대표적인 항염증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다. 김 대표는 “정상 쥐에게서 TGF-β 관련 유전자를 제거하게 되면 이 쥐는 자가면역질환으로 3주 만에 죽게 된다”며 “TGF-β의 강력한 면역억제 기능을 이용해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 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셋째는 상처를 낫게 하는 기능이다. 의학계는 빠른 세포분열을 통해 상처가 메워지는 과정을 ‘조절되는 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기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상처가 낫는 기전과 암이 전이되는 과정이 굉장히 유사해 TGF-β가 전이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TGF-β 저해제의 효과는?
메드팩토는 현재 다양한 항암제와 함께 10개 이상 임상을 동시에 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요법으론 MSD의 키트루다와 대장암·위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와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위암을 적응증으로 한 병용요법 또한 화학항암제 파클리탁셀과 임상을 하고 있다. 췌장암을 대상으로 폴폭스 및 오니바이드와 병용요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자 임상도 진행 중이다.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는 백토서팁은 암세포의 내성을 키우는 TGF-β의 저해제로 작용한다. 먼저 TGF-β는 종양미세환경에서 스스로 증폭되면서 그 양이 늘어나게 되는데 백토서팁이 TGF-β의 신호전달계를 차단해 TGF-β의 증폭을 막는다. 앞서 설명했듯 TGF-β는 면역세포를 억제하기 때문에 TGF-β의 증폭을 막는 것으로 면역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촉진할 수 있다.
백토서팁은 암의 전이를 막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이 아닌 정상 상태에서 상처가 나게 되면 TGF-β는 훼손된 조직을 떼어내는 효소를 분비하게 하는데 이 효소 때문에 암 조직에서 암세포가 떨어져나가 혈류를 떠돌다 다른 곳으로 암을 전이하게 된다.
백토서팁은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는 데도 효과를 보인다. 김 대표는 “TGF-β을 저해하면 암 줄기세포가 만들어지지 않게 되는데 이 때문에 항암제에 내성이 될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희귀질환 허가 임상 시작
메드팩토는 MSD로부터 약 250억 원어치의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 중인 벤처기업 중 메드팩토처럼 제약사로부터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지원받는 곳은 10곳 중 1곳 수준”이라며 “메드팩토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업 중인 임상 파이프라인이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메드팩토는 키트루다와 함께 대장암 2차 치료 임상을 시작한 데 이어 비소세포암 1차 치료 임상에도 돌입했다.
메드팩토는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공략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표적항암제 글리벡과의 병용요법으로 희귀질환인 데스모이드 종양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글리벡의 한계점 중 하나가 내성 문제인데 백토서팁이 이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팩토는 올 상반기 중 데스모이드 종양을 비롯한 2~3개 희귀질환에 대한 허가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희귀질환처럼 치료제가 시급한 분야에서는 라이선스아웃(LO)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 평가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
지난해 조달한 1000억 원의 자금으로 ‘투-트랙’ 전략에 나선다. 면역항암제 병용임상은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에 나서고, 희귀질환 적응증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한다. 데스모이드 종양 임상의 예상 종료 시점은 2023년이다. 2024년 상업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7년간 특허 만료 기간 추가 연장도 기대할 수 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TGF-β는 암세포의 발달과 항암제에 대한 내성, 종양미세환경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TGF-β 단백질이 암세포의 발달과 전이, 항암제 내성에 관여한다는 건 40년 전에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TGF-β를 타깃으로 하는 항암 신약 개발은 비교적 최근 본격화됐다.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TGF-β는 우리 몸의 면역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물질로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면서 “이전까지는 단일요법으로 효과가 없어 별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면역항암제가 등장하고 병용요법이라는 아이디어가 부상하면서 TGF-β 저해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TGF-β는 어떻게 암세포를 돕나
미국 암연구소(CRI)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TGF-β 저해제를 이용한 병용임상으로 등록된 수는 총 15건이다. 김 대표는 “2019년 TGF-β 저해제인 M7824와 관련해 37억 유로 규모 빅딜이 성사되며 TGF-β 저해제가 병용요법의 한 주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TGF-β는 크게 3가지 방식을 통해 암세포와 종양미세환경의 발달, 전이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먼저 TGF-β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신호로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이 신호를 받아들이는 기전이 망가졌기 때문에 세포 성장에 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 암세포와 그리고 암세포를 둘러싼 종양미세환경은 TGF-β를 폭발적으로 분비하는 데 그 결과, 이 신호가 듣지 않는 암세포는 잘 자라지만 그 주위의 정상세포는 살 수 없게 된다.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기전에도 TGF-β가 관여한다. 김 대표는 “암세포가 TGF-β를 많이 분비하게 되면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암 줄기세포가 생성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면역억제 기능이다. TGF-β는 대표적인 항염증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다. 김 대표는 “정상 쥐에게서 TGF-β 관련 유전자를 제거하게 되면 이 쥐는 자가면역질환으로 3주 만에 죽게 된다”며 “TGF-β의 강력한 면역억제 기능을 이용해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 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셋째는 상처를 낫게 하는 기능이다. 의학계는 빠른 세포분열을 통해 상처가 메워지는 과정을 ‘조절되는 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기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상처가 낫는 기전과 암이 전이되는 과정이 굉장히 유사해 TGF-β가 전이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TGF-β 저해제의 효과는?
메드팩토는 현재 다양한 항암제와 함께 10개 이상 임상을 동시에 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요법으론 MSD의 키트루다와 대장암·위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와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위암을 적응증으로 한 병용요법 또한 화학항암제 파클리탁셀과 임상을 하고 있다. 췌장암을 대상으로 폴폭스 및 오니바이드와 병용요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자 임상도 진행 중이다.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는 백토서팁은 암세포의 내성을 키우는 TGF-β의 저해제로 작용한다. 먼저 TGF-β는 종양미세환경에서 스스로 증폭되면서 그 양이 늘어나게 되는데 백토서팁이 TGF-β의 신호전달계를 차단해 TGF-β의 증폭을 막는다. 앞서 설명했듯 TGF-β는 면역세포를 억제하기 때문에 TGF-β의 증폭을 막는 것으로 면역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촉진할 수 있다.
백토서팁은 암의 전이를 막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이 아닌 정상 상태에서 상처가 나게 되면 TGF-β는 훼손된 조직을 떼어내는 효소를 분비하게 하는데 이 효소 때문에 암 조직에서 암세포가 떨어져나가 혈류를 떠돌다 다른 곳으로 암을 전이하게 된다.
백토서팁은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는 데도 효과를 보인다. 김 대표는 “TGF-β을 저해하면 암 줄기세포가 만들어지지 않게 되는데 이 때문에 항암제에 내성이 될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희귀질환 허가 임상 시작
메드팩토는 MSD로부터 약 250억 원어치의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 중인 벤처기업 중 메드팩토처럼 제약사로부터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지원받는 곳은 10곳 중 1곳 수준”이라며 “메드팩토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업 중인 임상 파이프라인이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메드팩토는 키트루다와 함께 대장암 2차 치료 임상을 시작한 데 이어 비소세포암 1차 치료 임상에도 돌입했다.
메드팩토는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공략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표적항암제 글리벡과의 병용요법으로 희귀질환인 데스모이드 종양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글리벡의 한계점 중 하나가 내성 문제인데 백토서팁이 이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팩토는 올 상반기 중 데스모이드 종양을 비롯한 2~3개 희귀질환에 대한 허가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희귀질환처럼 치료제가 시급한 분야에서는 라이선스아웃(LO)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 평가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
지난해 조달한 1000억 원의 자금으로 ‘투-트랙’ 전략에 나선다. 면역항암제 병용임상은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에 나서고, 희귀질환 적응증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한다. 데스모이드 종양 임상의 예상 종료 시점은 2023년이다. 2024년 상업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7년간 특허 만료 기간 추가 연장도 기대할 수 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