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변리사의 특허법률백서] 새로운 투여용법만으로도 특허를 받을 수 있다?

글 김정현 특허법인 아이피센트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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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특허에 대해 PCT 국제출원을 했으나 비용 부담 때문에 개별국가에 적절하게 진입하지 못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오랜 임상 기간으로 인해 의약품의 판매 허가가 늦어진 경우에는 짧게 남아있는 특허 존속기간을 보완하기 위해 후속 특허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후속 특허로 생각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에는 임상시험을 통해 결정되는 투여용법, 투여용량, 환자군 등이 있다. 과연 이러한 특징만으로도 특허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투여용법의 개선으로 이질적인 효과를 발견한다면국내 대법원은 투여주기, 투여량 등은 의약 용도 발명의 구성 요소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이라는 새로운 의약 용도가 부가돼 진보성 등의 특허 요건을 갖춘 의약에 대해서는 새롭게 특허권이 부여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5년5월21일 선고 2014후768). 이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대해 진보성을 판단하지조차 않던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난 것으로서 커다란 파급력을 가졌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 같은 판결 이후 투여용량에 관한 진보성이 처음으로 다뤄졌던 특허법원 판결에서는 “투여용량을 최적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 범위 내에 속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2017년2월3일 선고 2015허7889 판결). 임상시험을 통해 결정되는 투여용법 및 투여용량은 종래에 비해 특별한 효과가 입증되지 못한다면 대부분 진보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 후 노바티스의 치매 치료용 경피성 패치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과 관련한 대법원 2014후2702 판결(2017년8월29일 선고)은 투여방법의 진보성을 인정한 사실상 최초의 판결이다. 주요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그렇다면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이 사건 제1항 발명 약학조성물의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도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1979년경부터는 패치 형태의 경피흡수제가 사용돼 왔고, 1986년에 아세틸콜린에스터라제 억제 활성을 가진 피소스티그민을 활성성분으로 하는 전신 경피흡수제가 공지된 바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제1항 발명 약학조성물의 경피흡수성 또한 쉽게 예측된다고 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특허 발명의 우선일 당시 경피투여용 의약품에 대한 출원 내역이나 기술 수준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이 사건 제1항 발명 약학조성물의 적절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찾아내려는 통상적인 노력의 과정에서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경피투여 용도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이질적인 효과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임상 과정에서 투여시간, 투여순서, 투여부위 등과 같은 투여용법 및 투여용량이 결정된다면 이들은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에 속한다. 투여용법 및 투여용량은 특허등록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지만 출원 당시에 이미 알려져 있는 통상의 투여용법 및 투여용량에 비해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된다면 특허를 등록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여용법 또는 투여용량의 개선을 통해 환자의 부작용을 제거하는 것은 이질적인 효과의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특정 환자군에서 현저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면기존에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암 환자에서만 효과를 나타내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되어도 유효성분과 질환이 동일한 선행기술이 있다면 국내에서 특허를 획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판례 및 심결례가 나오면서 2019년 특허청에서도 특허심사기준을 개정해 맞춤형 정밀의료 기술의 특허 보호 기회를 확대했다.

미국의 제넨텍이 셀트리온을 상대로 제기한 무효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법원은 대상 환자군을 특정하는 것도 의약용도 발명으로서 인정했다(특허법원 2017년2월17일 선고 2016허5026 판결). 특허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제1항, 제3항 내지 제7항 정정발명은 CD20에 결합하는 항체를 포함하는 제약 조성물 및 메토트렉세이트 조합을 의약물질의 유효성분으로 하고, 류마티스성 관절염 치료를 용도로 하며, TNF-저해제에 대해 부적절한 반응을 경험하는 인간이라는 특정 환자군을 치료 대상으로 하고, CD20 항체 1000㎎을 1일, 15일에 2회 투여하는 것으로 투여용량 및 투여주기를 한정하고 있다. 여기서 투여용량 및 투여주기는 의약 용도가 되는 류마티스성 관절염 치료와 더불어 의약이 그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도록 하는 요소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고, 대상 환자군도 그 의약 물질이 가지는 미지의 속성의 발견에 기초해 기존 치료제인 TNF-저해제로 치료가 어려웠던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에게도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새로운 쓰임새를 제공하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는 의약물질발명 중 투여용량·투여주기와 대상 환자군을 특정하는 발명으로서 대상 질병 또는 약효에 관한 의약 용도 발명과 그 본질이 같다고 할 수 있다.스위스 노바티스가 청구한 거절결정불복심판에서, 특허심판원은 약물의 의약 용도가 이미 공지되어 있더라도 특정 유전형을 보유한 환자군에서만 우수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진보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특허심판원 2019년9월27일 2018원420 심결). 특허심판원 심결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원결정에서는, 비교대상발명에는 (R)-3-(6-p-톨릴-피리딘-3-일옥시)-1-아자-비시클로[2.2.2] 옥탄 화합물의 인지 장애, 정신병성 질환 또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치료 용도가 기재되어 있고, 그 기전을 밝히는 것은 통상의 기술자가 단순 반복적인 시험을 통해 용이한 것이며, 이러한 기전을 고려하여 대상 환자군을 특정 유전형을 갖는 환자로 한정했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비교대상발명과 동일한 치료 대상 질병에 대한 약리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발명이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으로부터 예상하지 못하는 정도의 현저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상 환자군의 한정은 그 의약 물질이 가지는 미지의 속성의 발견에 기초해 새로운 쓰임새를 제공하는 것에 해당하고, 이는 의약 용도 발명과 그 본질이 같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일반 환자군에서는 인지기능에 대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반면, rs2069514-A/A 또는 rs2069514-A/G의 유전형을 보유한 대상 환자군에서는 우수한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의약 용도 발명의 새로운 쓰임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현저한 효과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성분을 갖는 동일 질환의 치료제라고 하더라도 특정 환자군에만 현저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허를 획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CDx)’을 통해 유전자 검사, 바이오 마커 등에 의해 특정 기질을 가진 환자군 또는 특정 약물에 감응성이 높은 환자군을 찾은 경우 특허권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임상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약물과 함께 동시 개발되는 동반진단은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김정현

고려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2007년부터
제약·바이오·화장품·건강기능식품 분야 전문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특허법인 코리아나, 특허법인 오리진, 미리어드IP를 거쳐
현재 특허법인 아이피센트 대표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