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입양한 이유가 정말 '청약' 때문이라면… [김하나의 R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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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당첨 이익…수년 전부터 위장결혼·입양 감행
집값 오르고 당첨되기는 어려워
과거 일부 아파트 사례에서 이제는 전국적으로 번져
정인이 입양, 청약 때문이라면 더욱 엄벌 있어야
맘카페를 중심으로 제기된 이유는 '아파트 청약' 때문이다. 1순위 가점으로 목동의 한 아파트에 당첨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이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부부는 주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입양 시 받을 수 있는 정부혜택과 금전적인 혜택을 다각도로 수사해 A씨의 입양 동기가 청약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입양 동기에 대해 “A씨가 결혼 전 연애를 할 때부터 입양 계획을 세운 것으로 진술했다”고 전했다.자세한 조사는 더 해봐야 알겠지만 '입양'이 주택청약의 당첨 수단이 된 건 생소한 일이 아니다. 자녀 1명으로 청약통장의 점수를 쌓아 당첨되기는 어려워서다. 그렇다보니 위장결혼과 위장이혼이 판을 치고, 자녀들은 자신도 모르게 양아빠나 양엄마가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자녀 둘이 있는 싱글맘'은 위장결혼의 적절한 타깃이라고 한다. 결혼과 동시에 15점을 올릴 수 있어서다. 싱글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동거도 아니고 주소지만 잠시 옮기고 단기간에 보상이 따라오니 형편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84점이 만점인 청약통장은 무주택기간(32점 만점)+부양가족수(35점)+통장가입기간(17점) 등으로 구성된다. 무주택기간은 1년 마다 2점씩 늘고 통장점수는 1년에 1점씩 는다. 무주택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15년 이상은 되어야 49점 만점이 된다. 점수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부양가족수다. 1인당 5점씩 올라간다. 혼자살면 5점이지만, 결혼하고 자녀를 낳으면 15점이 된다. 하지만 이게 끝이다. 세식구가 최대로 올릴 수 있는 점수는 64점이다.
앞서 영화에서도 아파트를 받기 위한 조작이 묘사된 바 있다. 2002년 설경구 문소리 주연의 '오아시스'에서다. 뇌성마비 장애인 여성(문소리)의 오빠는 동생이 장애인이라는 점을 구실로 임대 아파트를 받지만, 정작 장애인인 그녀는 옛날 살던 그 허름한 집에 사는 설정이 나왔다. 이처럼 아파트 당첨을 위해 가족이 파괴되는 현상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때마침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분양 주택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정청약 현장점검 결과 위장전입, 청약통장 매매, 청약자격 양도 등 부정청약 의심사례 197건과 사업주체의 불법공급 의심사례 3건을 적발하고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수사결과에 따라 위반행위자에 대하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부정청약으로 얻은 이익이 10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최대 그 이익의 3배까지 벌금에 처해진다. 위반행위자가 체결한 주택공급 계약도 취소되며, 향후 10년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도 제한된다.그렇다면 7년 전의 시장과 현재의 시장은 뭐가 달라졌을까? 아마도 이러한 시도를 고려하는 청약자들이 많아졌다는 점일 것이다. 과거에는 '로또 청약'도 많지 않았고 일단 시도를 하면 당첨확률이 높았다. (당시에는 경쟁률이 낮았다) 이제는 모델하우스 문을 여는 아파트마다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된 경우가 많다. 정부의 규제에도 집값은 올랐고, 분양가를 통제하니 차익은 더더욱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사례는 전국 21개 단지에서 추린 결과다. 물리적으로 전국에서 분양되는 모든 아파트를 전수조사하기는 어렵다보니 '나도 한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인이 사건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조사를 통해 청약 때문이라는 입양 이유가 밝혀진다면 중한 처벌이 고려되야 한다. 서류상의 조작을 넘어 이익을 위해 사람을 사고파는 인신매매와 다를바가 없다. 짧은 생애만큼 슬픔도 더 크다. #정인아 미안해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