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비메모리도 신화 쓰자"…새해 첫 경영행보 '평택공장'

신년사 대신 평택 공장 설비 반입식 현장 경영
D램·V낸드·파운드리 만드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
"협력사·학계·연구기관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 조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평택캠퍼스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4일 새해 첫 경영행보로 평택 반도체 공장을 택했다. 이 부회장은 D램을 앞세운 메모리와 달리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과 김기남 부회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비롯해 이용한 원익IPS 회장, 박경구 피에스케이 부회장,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 이준혁 도진쎄미켐 부회장,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 등 협력회사 대표 5명은 이날 P2에서 진행된 파운드리 설비 반입식에 참석했다.P2는 D램, 차세대 V낸드플래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첨단 복합 생산라인이다. 연 면적만 축구장 16개 크기(12만8900㎡)를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P2에서 지난해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한 데 이어, 이날 올해부터 파운드리 제품에 대한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 설비 반입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P2에 10조원을 투자해 5나노미터(nm) EUV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한다고 발표하는 등 P2에만 총 3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삼성전자가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한 5나노 공정은 향후 파운드리 업체들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작고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P2 구축·운영 현황 △반도체 투자·채용 현황 △협력회사와의 공동 추진과제 등을 보고 받고 △초미세 반도체 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EUV 전용라인을 점검했다. 이어 평택 3공장(P3) 건설 현장도 찾았다.이 부회장은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협력회사 대표들과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 및 상호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고, 임직원들을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4일 경기도 평택사업장을 찾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그간 국내 화성·기흥 공장, 미국 오스틴 공장 등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해왔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P2에서도 파운드리 생산이 본격 가동되면 이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이 한 걸음 앞당겨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반도체 비전은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2018년 4월 발표한 선언이다.

이 전략엔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 경쟁력은 EUV 기반 최첨단 제품으로 높여나가는 동시에 파운드리와 이미지 센서 등 시스템반도체는 P2처럼 과감한 투자로 대만 TSMC, 일본 소니 등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 1분기부터 D램 가격이 수직 상승하는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특히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큰 성장세가 이어지며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올 한 해 매출액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만 사상 처음으로 20조원대를 기록해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같은 투자 및 고용확대와 별도로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정 설계 △시제품 생산 △기술교육 확대 등을 통한 경쟁력 향상 및 생태계 육성 등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삼성전자 2021년 시무식에선 이재용 부회장 대신 김기남 부회장이 신년사를 전했다. 김 부회장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2021년은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이 돼야 할 것"이라며 "고객을 가장 중심에 두고, 고객 경험 및 고객 가치를 높이는 기업이 되고, 차세대 신성장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미래 10년을 내다 보며 새로운 준비를 하자"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