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낳은 달걀, 내일 아침 식탁에"…'계란왕'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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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최첨단 산란계 직영농장 가농바이오가농바이오는 국내 최대·최첨단 산란계 직영 농장이다. 닭 120만 마리가 하루 96만 개의 계란을 낳는다. 경기 포천 가산면에 있는 가농바이오 농장은 지난 45년 간 약 43억 개의 달걀을 생산했다.
종합 디지털 물류 기업 메쉬코리아와 '물류 협약'
정오까지 주문 받은 달걀 배송비 없이 새벽배송
'풀콜드체인'으로 신선하게 배송+ 포장재 최소화
가농바이오는 4일 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종합 디지털 물류 기업 메쉬코리아와 손잡았다. 두 회사는 '디지털 물류 시스템 구축 및 배송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오늘 새벽 낳은 달걀을 다음 날 아침 식탁까지 냉장 시스템을 통해 배송키로 했다. 서비스 범위는 서울과 인천 전 지역, 경기 전 지역(여주 포천 안성 제외)이다. 주문 마감 시간은 낮 12시다. 가농바이오 자사몰을 통해 주문 받은 달걀을 배송비 없이 새벽배송한다. 새벽배송은 국내 유통업체들의 격전지가 된 지 오래 됐지만, 계란 농장에서 소비자의 식탁으로 24시간 내 직접 새벽배송을 하는 건 최초의 시도다.
◆"오늘 계란, 내일 아침 먹게 하라"
계란 유통기간은 약 30일이다. 소비자들은 닭이 5~7일 전에 낳은 계란을 마트 등에서 산다.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가농바이오의 유재흥 회장(66)은 1980년대 후반 가업을 이어받은 후부터 30년 넘게 마음 속 꿈이 있었다. 닭이 새벽에 낳은 가장 신선한 계란을 그날 소비자들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 10여 년 전에도 현대백화점에 '바로오늘란' 브랜드로 공급해봤지만 재고가 남으면 의미를 잃었다. 모바일 커머스 대중화로 가농바이오는 자사 온라인몰과 e커머스를 통해 계란을 팔았다. 유통 단계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받을 땐 ‘어제의 계란’이 됐다. 그 ‘하루’를 줄일 수 없었다. 메쉬코리아와 손잡은 건 24시간 이내 가장 신선하고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한 실험이다. 주문 물량과 배송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포천의 공장에서 출하된 달걀은 남양주와 김포의 부릉 물류센터, 트럭 등에 옮겨져 유통 과정 동안 저온 상태를 유지한다. 가농바이오 관계자는 "오늘 낳은 계란을 파손 위험과 온도 변화 없이 가장 신선한 상태로 문앞에 배송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배송 혁신으로 스티로폼 포장과 냉매, 완충제 등의 불필요한 포장재도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메가3 등 ‘약 되는 계란’ 수출도
가농바이오는 오랜 기간 B2B(기업 간 거래)에 집중해온 회사다. 첨단 시스템으로 생산·관리되는 가농바이오의 농장은 45년 간 조류독감(AI) 등 질병이 일절 침투하지 못했다. 완벽에 가까운 위생과 방역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단체급식, 식품, 제과 및 제빵, 패스트푸드 업체 등에 안정적으로 계란을 대량 납품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을 요구하는 한국맥도날드에는 17년째 공급하고 있다. 4년 전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열면서 소매 시장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쿠팡, 마켓컬리 등에서 ‘가농 금계란 스마트에그’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돼 판매된다.기능성 계란, 프리미엄 계란 시장을 연 것도 이 회사다. 유 회장은 “닭은 좋은 사료를 먹고, 계란에 전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미세 해조류 분말을 닭 사료에 섞으면 상당량이 계란에 전이돼 사람이 쉽게 섭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10년 뒤엔 6가지의 기능성 계란을 동시 생산한다는 목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가농바이오를 농식품 영역의 수출 스타기업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 동안 한국산 계란 등 축산물을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 질병으로 수출길이 막혀 있었다. 홍콩의 프리미엄 식자재 업체들은 코로나19로 계란 수입에 차질이 생기자 까다로운 검역과 품질 검사를 거쳐 가농바이오에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 하반기 약 54만 개의 계란을 수출하기도 했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국내 대표 계란 전문기업인 가농바이오와 메쉬코리아가 보유한 IT 기반 물류 서비스가 힘을 합쳐 가장 안전하고 신선하게 계란을 배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