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재 예방보다 사후 '분풀이'에 치중하는 중대재해法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일부 강성 여론에 휘둘리면서 졸속 입법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중대재해법에 대한 당내 논의 과정에서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은 사업주의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처벌대상에서 자영업자의 범위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또 법 적용 대상에 학원은 포함하면서 학교는 왜 제외했느냐는 비판이 일자 학교장도 처벌대상에 넣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려다가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처벌대상을 원칙 없이 여론에 따라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야말로 졸속 입법의 방증이다.

중대재해법은 본질적으로 과잉·졸속 입법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법안 출발 자체가 산업재해의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처벌’에 초점을 맞춘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에서 빚어질 수 있는 숱한 사고에 대해 구체적 기준 없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2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겠다는 이 법안은 다분히 산재 피해자의 울분을 달래는 분풀이 성격이 짙다. 사형제도가 있다고 강력범죄가 근절되는 게 아니듯, 엄벌을 가한다고 산재사고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산재는 현장의 인식 전환과 지속적 교육, 안전 투자 등을 통한 종합적인 예방 노력을 극대화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니 중대재해법이 사업주 처벌에만 치중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대법원과 법무부에서조차 나왔던 것이다.숱한 논란과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이 여전히 추진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이란 명분 프레이밍 탓이다. 정의당과 여당 강경파 의원들이 이런 명분을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면서 중대재해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정의로운 법인 양 포장했다. 하지만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산재 예방효과보다 기업 활동 위축과 소상공인의 치명적 피해를 부를 소지가 큰 법안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산재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 엄벌 일변도여선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여권은 8일까지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서둘 일이 아니다. 파장이 큰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론을 더 수렴해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게 진정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