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80만원에 원룸·식사 제공…'최저임금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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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시급 8720원·月 182만원 적용지난 1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작년보다 1.5% 오른 8720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을 근로한다고 가정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해 182만2480원이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계약으로 정해진 소정근로일을 만근했을 때 매주 추가로 지급되는 하루치 임금이다.
숙소 등 '현물 복지'는 불인정
최저임금 15% 이하 月상여금도
올해부터 최저임금에 포함 안돼
위반 땐 3년이하 징역이나 벌금
최저임금엔 임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 외에 식대·교통비·통신비 같은 복리후생비와 상여금도 포함된다. 다만 복리후생비와 상여금이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업주 입장에선 실제로는 최저임금 이상의 인건비를 지출하고도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 포함
최저임금은 근로자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고용 형태와 국적에 따른 차별 없이 보호받는다. 사업주가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2019년부터는 월별로 지급하는 상여금, 교통비·통신비 같은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한꺼번에 16.4% 인상된 데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조정한 결과다. 기존처럼 기본급과 직무수당 등만 최저임금으로 인정하면 복리후생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실질적인 고임금을 주고도 최저임금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업주가 나올 우려가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국회에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모두를 최저임금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2019년 일단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했다. 이후 2020년부터 매년 이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도록 했다. 상여금은 2019년 25% 초과를 시작으로 매년 5%포인트씩 줄어 2024년에는 모든 월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복리후생비는 2019년 7% 초과를 시작으로 매년 1~2%포인트씩 줄어 역시 2024년에 모든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으로 인정된다.
기숙사·식사 제공은 인정 안돼
올해는 최저임금의 15%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3%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주 40시간 근로자 기준으로 상여금은 최저임금(월 182만2480원)의 15%에 해당하는 27만2810원을, 복리후생비는 3%에 해당하는 5만4562원을 초과하는 금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다.예컨대 매달 상여금 30만원과 통신·교통비 명목으로 복리후생비 10만원을 지급하는 경우 상여금 2만7189원(30만원-27만2810원), 복리후생비 4만5430원(10만원-5만4562원)을 합한 총 7만2610원이 최저임금으로 인정된다.다만 이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복리후생비는 통화가 아니라 현물로 지급하는 것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령 회사에서 직원들의 기숙사를 운영하거나 원룸을 얻어주는 데 들어간 비용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식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직접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월 50만원짜리 원룸을 제공하고, 회사 식당에서 중·석식을 제공한다고 해도 직무수당을 포함한 고정급이 182만2480원에 못 미치면 최저임금법 위반이 된다. 반면 기숙사 등 일체의 복리후생 지원이나 상여금이 없더라도 고정기본급이 183만원만 되면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다.
상여금 지급 주기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상여금은 월 단위로 지급하는 상여금에 국한된다. 격월 또는 분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사업주 입장에서 상여금은 취업규칙을 바꿔 지급 주기를 월별로 변경하고 복리후생비는 현물 지원보다는 현금 지원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최저임금법 위반 가능성을 낮추는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여금 총액을 유지하면서 지급 주기를 월별로 변경하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