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카드포인트' 현금으로 바꿔준 공무원에 박수를 [박종서의 금융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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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신용카드의 천국입니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3.9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습니다. 국내 카드사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배워올 것이 없을 만큼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카드 포인트 규모도 엄청납니다. 카드 회원들이 적립을 해서 사용되는 포인트는 2019년말 기준으로 3조5432억에 이릅니다.
소멸액도 만만치 않습니다. 해마다 1000억원 이상의 포인트가 다시 카드회사들의 주머니 속으로 거의 들어가고 있습니다. 소멸률이 하락추세이기는 하지만 2019년에도 3.3%였습니다. 주로 ‘자투리 포인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카드회원약관상 포인트 소멸시효는 5년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래 전부터 이렇게 소멸되는 포인트를 회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결실을 맺었습니다. 각종 카드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해서 현금화한 뒤에 바로 통장에 입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입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신한카드의 마이포인트 8400포인트와 KB국민카드의 포인트리 3900포인트, 삼성카드의 보너스포인트 7200포인트를 모두 모아서 신한은행 계좌든 국민은행 계좌든 어느 계좌라도 1만9500원을 입금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과거에 신용카드 출입을 오래했던 터라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경제신문 지면에도 소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가 개시 3시간만인 5일 오후 2시쯤에 중단돼 버렸습니다. 너무 많은 가입자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홈페이지 등이 ‘먹통’이 됐습니다. 포인트를 사용하려고 나서기에는 애매한 규모의 카드 포인트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서비스 개시 이후 3시간동안 18만명에 달하는 카드 회원들이 현금화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접속자가 폭증했습니다. 같은 서비스를 하는 금융결제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금융결제원은 여신금융협회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야 하는데 여신금융협회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중단은 변명의 여지없이 잘 못 된 일입니다. 수많은 카드 회원이 먹통이 돼버린 홈페이지와 앱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금융위 직원 중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해 보려다 실패하자 화가 났다고 하더군요. 저도 이를 지적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일 해보겠다고 추진한 일에 산더미 같은 욕을 먹고 있으까요. 기껏 고생해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몇 시간 이어지지도 못하고 서버가 다운됐으니 제가 다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물론 사정은 이해합니다. 일시에 많은 인원이 몰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최대 이용자를 기준으로 서버를 준비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금융위는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게 금융위나 여신금융협회를 탓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들지만 며칠만 지나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유 중인 카드별 포인트와 함께 소멸예정 금액과 소멸시기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카드사들이 참여합니다. 우체국 농협 씨티카드도 됩니다. 1포인트가 1원입니다. 그런데 현대M포인트는 1포인트가 1원이 아닙니다. M포인트를 H코인으로 바꿔야 하는데 교환비율은 1.5대1입니다. 현대M포인트가 곧바로 1원이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회사와 달리 포인트 제도를 독특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인트를 회원에게 전달하는 시점도 다른 카드사들과 다르고 가맹점과 포인트와 관련해 마케팅 비용 부담을 나누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래서 H코인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 카드 포인트 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현대카드의 M포인트였습니다. 저는 카드회사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영업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에서 현대카드의 M포인트 제도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현대카드는 카드업계 포인트 통합을 위해 H코인을 도입하면서 문제가 풀리게 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카드 포인트 현금화 시스템이 세상이 빛을 보게 됐습니다. 이번 시스템으로 카드 회원들의 권리가 크게 신장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일을 추진한 금융위 공무원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소멸액도 만만치 않습니다. 해마다 1000억원 이상의 포인트가 다시 카드회사들의 주머니 속으로 거의 들어가고 있습니다. 소멸률이 하락추세이기는 하지만 2019년에도 3.3%였습니다. 주로 ‘자투리 포인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카드회원약관상 포인트 소멸시효는 5년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래 전부터 이렇게 소멸되는 포인트를 회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결실을 맺었습니다. 각종 카드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해서 현금화한 뒤에 바로 통장에 입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입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신한카드의 마이포인트 8400포인트와 KB국민카드의 포인트리 3900포인트, 삼성카드의 보너스포인트 7200포인트를 모두 모아서 신한은행 계좌든 국민은행 계좌든 어느 계좌라도 1만9500원을 입금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과거에 신용카드 출입을 오래했던 터라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경제신문 지면에도 소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가 개시 3시간만인 5일 오후 2시쯤에 중단돼 버렸습니다. 너무 많은 가입자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홈페이지 등이 ‘먹통’이 됐습니다. 포인트를 사용하려고 나서기에는 애매한 규모의 카드 포인트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서비스 개시 이후 3시간동안 18만명에 달하는 카드 회원들이 현금화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접속자가 폭증했습니다. 같은 서비스를 하는 금융결제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금융결제원은 여신금융협회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야 하는데 여신금융협회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중단은 변명의 여지없이 잘 못 된 일입니다. 수많은 카드 회원이 먹통이 돼버린 홈페이지와 앱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금융위 직원 중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해 보려다 실패하자 화가 났다고 하더군요. 저도 이를 지적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일 해보겠다고 추진한 일에 산더미 같은 욕을 먹고 있으까요. 기껏 고생해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몇 시간 이어지지도 못하고 서버가 다운됐으니 제가 다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물론 사정은 이해합니다. 일시에 많은 인원이 몰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최대 이용자를 기준으로 서버를 준비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금융위는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게 금융위나 여신금융협회를 탓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들지만 며칠만 지나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유 중인 카드별 포인트와 함께 소멸예정 금액과 소멸시기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카드사들이 참여합니다. 우체국 농협 씨티카드도 됩니다. 1포인트가 1원입니다. 그런데 현대M포인트는 1포인트가 1원이 아닙니다. M포인트를 H코인으로 바꿔야 하는데 교환비율은 1.5대1입니다. 현대M포인트가 곧바로 1원이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회사와 달리 포인트 제도를 독특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인트를 회원에게 전달하는 시점도 다른 카드사들과 다르고 가맹점과 포인트와 관련해 마케팅 비용 부담을 나누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래서 H코인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 카드 포인트 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현대카드의 M포인트였습니다. 저는 카드회사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영업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에서 현대카드의 M포인트 제도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현대카드는 카드업계 포인트 통합을 위해 H코인을 도입하면서 문제가 풀리게 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카드 포인트 현금화 시스템이 세상이 빛을 보게 됐습니다. 이번 시스템으로 카드 회원들의 권리가 크게 신장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일을 추진한 금융위 공무원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