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단교' 카타르와 3년7개월만에 영공·국경 개방 합의(종합)

단교 사태 해결 수순…미국의 '이란 압박' 정책과 맞물려
단교 상태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영공과 국경을 다시 개방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흐메드 나세르 무함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이날 쿠웨이트 TV에 나와 "오늘 저녁을 기해 사우디와 카타르가 영공과 육로, 해상 국경을 연다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또 5일 사우디 북서부 도시 알울라에서 열릴 연례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이 합의에 대한 서명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GCC 정상회의에는 카타르 군주(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AP는 사우디와 카타르의 이번 합의에 대해 걸프 국가들의 외교적 위기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와 카타르가 영공과 국경을 다시 열기는 3년 7개월 만이다.

미국의 우방인 이집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은 2017년 6월 이슬람 테러조직 지원, 이란과 우호 관계 등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아랍권 4개국은 카타르와 단교 철회의 조건으로 ▲ 테러 용의자 정보 제공 ▲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 폐쇄 ▲ 이란과 제한적인 상업 거래 이외의 교류 금지 등 13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카타르는 주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요구라며 거부했고 테러그룹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반박해왔다.
쿠웨이트와 미국은 최근 카타르 단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 역할을 해왔다. 사우디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지난달 4일 이탈리아가 개최한 연례 회의 '지중해 대화'에서 카타르 단교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중대한 진전을 봤다"며 쿠웨이트 정부 노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라고 밝혔다.

또 GCC 회원국인 사우디, UAE,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의 외무장관들은 지난달 27일 화상회의를 열고 정치, 경제 등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때문에 카타르 단교 사태가 해결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우디와 카타르의 화해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구해온 이란 압박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카타르는 해상 가스전을 공유하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란 입장에서는 이슬람 수니파 대국 사우디와 카타르가 다시 손잡는 상황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작년 8월부터 아랍국가인 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가 잇달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도록 중재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고립 정책을 강화했다.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오랫동안 적대관계였지만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협력을 추구한다는 게 중론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