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에 불어난 '집밥족'…엥겔지수 20년 만에 최고치

작년 1~3분기 먹고 마시는 지출 비중 12.8%
2018년 11.5%, 2019년 11.4%에서 급등
식자재 구입비 81조원 '사상최대'
외식비 지출은 급감

사진=한경DB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지수’가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가계가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집밥족’이 늘어난 결과다. 그만큼 외식 씀씀이가 줄면서 가계가 음식·숙박서비스업에 지출한 금액은 10%가량 감소했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3분기 가계의 명목 국내 소비지출액(638조7782억원) 가운데 명목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81조7779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2.8%로 집계됐다. 2019년 1~3분기(11.4%)보다 1.4%포인트 상승한 것은 물론 역대 1~3분기 기준으로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작년 1~3분기 가계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81조7779억원)은 2019년 1~3분기(74조8152억원)보다 9.3% 늘어나는 등 역대 1~3분기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지출액은 2.9% 감소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살림살이가 좋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오락·문화 등 서비스 지출을 늘리기 때문이다. 국내 엥겔지수는 1970년대 30%대를 유지했지만 소득수준이 개선되면서 1990년대 들어선 10%대에 진입했다. 이후 2017년 11.6%, 2018년 11.5%, 2019년 11.4%로 매년 하락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크게 급등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엥겔지수가 치솟은 것은 가계 소득이 줄어든 것보다는 코로나19 영향이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가 식당과 카페를 비롯한 대면 서비스 이용을 줄이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한 영향이 컸다”며 “재택근무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식자재 구매가 늘면서 가정간편식(HMR)을 판매하는 식품업체 실적도 급증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970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무려 55.76%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오뚜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73% 늘어난 19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집밥족이 늘면서 식당·카페에서 쓰는 외식비는 줄었다. 가계가 작년 1~3분기에 음식·숙박서비스업에 지출한 금액은 62조826억원으로 전년 동기(68조7968억원) 대비 9.8%(6조7142억원) 쪼그라들었다. 외식비는 물론 놀이공원·경마장·헬스장 등 이용비와 학원비 씀씀이도 줄였다.

가계의 오락, 스포츠 및 문화 지출은 38조6615억원으로 20%(9조6704억원) 감소했다. 학원비 등 교육서비스 지출은 36조1851억원으로 15.7%(5조6759억원) 줄었다. 가계의 의류·신발 등 쇼핑에 지출한 돈은 33조5621억원으로 17.7%(7조1934억원) 감소했다. 외식비, 여행비, 의류비, 학원비 지출이 줄자 그만큼 자영업자 형편도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