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의 힘…정부 "올 반도체 수출 1000억弗 ↑"

정부가 올해 반도체 수출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5G 시장 확대 등으로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관련 수출이 10.2%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출 확대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반도체 수출 역대 2위 기록할 것"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협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반도체 시장 동향 및 2021년 전망"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반도체 수출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에도 불구하고 992억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며 "비대면 경제 가속화에 따른 서버 및 노트북 수요가 견조해 선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가 위기 상황에서도 '경제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다는 얘기다.산업부는 올해 반도체 수출 규모를 지난해 대비 10.2% 증가한 1075억~1110억달러(기준전망 1093억달러)로 내다봤다. 전망치가 실현되면 2018년(1267억달러)에 이은 역대 2위의 수출 실적이다.

산업부는 '반도체 수출 호황' 예상의 근거로 업황 호조를 꼽았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8~1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5.0%)와 세계 교역(7.2%) 성장률 전망치를 뛰어넘은 숫자다. 산업부는 "5G 시장 확대와 비대면 경제 확산 지속 등으로 전반적인 전방산업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특히 5G 본격화와 중국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경쟁 등으로 스마트폰 분야가 2.4% 성장하고, 비대면경제 활성화에 따라 서버(6.0%) 및 PC(5.8%)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수출 동반 성장"

구체적으로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D램을 중심으로 수출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물량 증가에 D램 가격 상승이 겹쳐 수출액이 12.0% 늘어난 703~729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소폭 하락이 예상됐지만, 수출 물량이 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D램 시장에서는 연초부터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현상이 시작돼 연중 초과수요 폭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상반기 초과공급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초과수요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D램 가격은 1분기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연중 완만한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수출도 7.0% 늘면서 318~3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5G 통신칩과 이미지센서 등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삼성전자 등이 파운드리 대형 고객을 확보했다는 이유다. 전체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내년 5.5%가량 몸집을 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반도체, 설비투자 1위 2년만에 탈환"

산업부는 올해 한국의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세계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2017~2018년 반도체 설비투자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중국·대만에 밀렸다.

산업부는 올해 한국의 반도체 설비투자액을 189억달러로 예상했다. 중국(168억달러)과 대만(156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산업부는 "반도체 시황 개선이 기대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4% 증가한 720억불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하이닉스 호조 이어갈 듯

최근 주가가 급등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다만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고려해 자료에는 S社, H社로 표기됐다.산업부는 "향후 시장 전망이 자본시장에 반영돼 지난해 말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TSMC를 제치고 5개월만에 글로벌 반도체 시가총액 1위에 재등극했다"며 "디램, 낸드 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 전 라인업의 호조 전망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매출에서 인텔과 삼성에 이은 세계 3위를 기록중"이라며 "향후 인텔 낸드부문 인수로 인한 컨트롤러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올해 반도체가 수출·투자 등 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 및 수출 플러스 전환을 견인하고, 한국형 뉴딜의 성공적 추진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국이 메모리 초격차 유지, 시스템반도체 자생적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