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덜 받아도 팔아버리자"…강남에서 급매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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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후 분쟁상담 건수 2배 늘어
"세입자 이사비 요구에…차라리 급매 택해"

하지만 며칠만에 마음이 바뀐 세입자는 돌연 5000만원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박씨는 집을 급매로 매매해버렸다. 박씨는 “당초 퇴거에 합의했던 세입자가 갑자기 계약갱신요구권을 거론하면서 큰 돈을 요구했다”며 “매매 과정에서 되레 2억원이 넘는 금액을 손해보긴 했지만 이같은 사례를 시장에 남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세입자에게 돈을 주지 않고 집을 팔았다”고 말했다.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급매로 집을 처분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강남지역은 임대차법 이후 전세가격이 많이 뛴 탓에 계약갱신권을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집주인들이 집을 급매로 매각하고 있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따르면 임대차3법 시행 이후인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임대차 관련 분쟁 상담 건수가 월 평균 497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100건)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 후 상담이 늘었는데 특히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세입자가 이사비·위로금을 요구했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퇴거를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세입자도 생겨나다 보니 전세를 낀 갭투자 매물을 거래하는 건수도 느는 추세다. 서울부동산광장의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179건이었던 강남구 아파트 거래 건수는 10월 215건, 11월 372건으로 늘었다. 서초구도 199건→233건→282건, 송파구도 226건→229건→311건으로 거래가 늘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