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외환보유액 342억달러 늘어…금융위기 후 증가폭 최대[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외환보유액 증가폭이 342억8000만달러(약 37조2600억원)로 연간 증가폭 기준으로 2009년 후 11년 만에 가장 컸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유로, 엔, 파운드 등 비(非)달러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불어난 영향이 컸다. 미 국채를 비롯한 외화자산 운용 수익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외환보유액이 4431억달러(약 482조3100억원)로 전달보다 67억2000만달러 증가했다고 6일 발표했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 규모다. 사상 최대 기록은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경신됐다. 외환보유액은 2019년 말보다 342억8000만달러 늘었다. 2009년에 688억달러가 늘어난 이후 1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05년 말(2103억9000만달러)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2011년(3064억248억달러)에 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 2017년 말 3892억7000만달러, 2018년 말 4036억9000만달러, 2019년 말 408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유로, 엔, 파운드 등 비(非)달러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불어난 영향도 작용했다. 달러 가치는 뚜렷한 내림세를 보인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국 통화와 비교한 미국 달러 가치(달러인덱스)는 지난해 말 89.68을 기록했다. 2019년 말(96.74)과 비교해 7.3% 하락했다. 달러 대비 유로 가치도 큰 폭으로 올랐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유로당 1.23달러로 마감했다.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2019년 말과 비교해 9.8% 올랐다. 영국 파운드화도 지난해 달러화 대비 3.83% 절상됐다. 외환보유액으로 굴리는 미 국채와 회사채 등의 수익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10년 만기 달러화 외평채 6억2500만달러어치와 5년 만기 유로화 외평채 7억유로를 찍은 것도 외환보유액을 불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외환보유액은 ‘외환 방파제’ 역할을 했지만 최근 규모가 불어나면서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외환보유액 상당액을 미 국채나 예금 등으로 굴리는 만큼 낮은 운용 수익률 우려가 있다. 지나치게 높은 외환보유액을 보유하면 환율조작 의혹도 불거질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이 지난달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에 올라 있다. 관찰대상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 일종의 경고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넉넉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데다 증가폭도 커진 나라들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등 명단에 새로 진입하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환율조작국 명단에 새로 넣은 스위스가 대표적이다. 스위스는 지난해 10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1조365억달러로 세계 3위 보유국이다. 작년부터 10월 말까지 외환보유액이 1669억달러(증가율 20%) 늘었다. 같은 기간 세계 5위 보유국인 인도(10월 말 외환보유액 5748억달러)는 외환보유액이 1003억달러(22%) 늘어나며 관찰대상국에 새로 추가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