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부동산 부실통계 문제 알면서 만점 가까이 줬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 "청와대·국토부 눈치 본 것"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통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작 통계품질 관련 점수는 만점 가까이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통계청장을 지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통계청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품질진단 보고서'를 바탕으로 "통계청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의 눈치를 보느라 정확한 지적을 하지 못하고 해당 통계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통계청은 보고서에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대해 '조사 표본이 작고 상대표본오차가 크다', '주간 조사에 실거래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 등 현실성이 부족하다', '여러 기관에서 유사한 통계가 발표되고 있어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등의 결론을 냈다.

그러나 100점 만점의 통계품질진단 점수는 98.6점을 줬다고 유 의원은 지적했다. 각 5점 만점인 세부 항목 중 '통계 작성 기획', '자료 수집', '통계 처리 및 분석'은 5점을 줬고 '통계 공표·관리 및 이용자 서비스'는 4.8점, '통계 설계'는 4.7점, '통계 기반 및 개선'은 4.0점을 매겼다.

'최근 이용자 또는 전문가 대상 의견 수렴 요구사항 및 요구 반영 결과' 관련 평가표에는 모두 만점을 줬다. '표본 관련 평가표'는 표본추출틀(표본조사) 정확성 항목만 4점을 주고 나머지 목표 모집단과 조사모집단, 표본설계 방법 및 결과, 표본관리 정확성 항목은 모두 5점을 부여했다.유 의원은 "현실과 괴리가 있는 부동산 통계에 대해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의견 수렴 관련 항목에 만점을 주고, 통계청이 스스로 표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표본 관련 진단 항목에 대부분 만점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계청의 통계품질진단은 잘못된 국가 통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도 통계청이 다른 부처의 눈치를 보며 높은 점수를 준 것은 통계 담당 부처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