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학개미는 '세금 효자'…작년 증권거래세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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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 육박…정부 전망치 약 4조원 웃돌아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작년 증권거래세도 '역대급' 세수 풍년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만 약 8조8000억원이 걷힌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인 것은 물론이고 정부 전망치를 4조원가량 웃도는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세수 감소가 고민인 정부에겐 증권거래세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각에선 증권거래세 폐지 주장도
증권거래세 역대 최고치 경신 유력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코스피 누적 거래대금은 2744조834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거래대금은 2439조9490억원에 이른다. 둘을 합쳐 약 5185조원으로, 2019년 연간 거래대금(2288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코넥스는 1조891억원의 누적 거래대금을 기록했다.거래대금이 늘어나니 세금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가액의 일정 비율을 거두는 세금이다. 코스피와 코넥스 증권거래세 세율이 0.1%, 코스닥 증권거래세율이 0.25%다. 상장주식의 경우 매월분의 과세액을 다음 달에 신고하기 때문에 통상 당해연도의 증권거래세 수입은 전년도 12월부터 그 해 11월까지의 거래대금을 반영한다. 이를 감안해 작년 연간 증권거래세 수입을 계산하면 약 8조8500억원이다.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사 등 시장조성자에 대한 면제 등 일부 세 감면 제도가 있지만 규모가 작아 세수에 큰 영향을 못 준다"라며 "증권거래세만 8조원 중후반대, 농어촌특별세까지 감안하면 세수가 12조~1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는 양도가액에 0.15% 농특세까지 붙는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세수는 2015년 4조6699억원, 2016년 4조4681억원, 2017년 4조5083억원, 2018년 6조2412억원, 2019년 4조4733억원이었다. 작년 증권거래세는 2019년의 두 배에 이르고, 2018년 역대 최고치도 넘어선다. 정부의 작년 증권거래세 수입 전망치(4조9350억원)보다도 4조원가량 많다.
"증권거래세 폐지" 목소리 커질 듯
증권거래세 수입 '풍년'은 국가 재정을 운용하는 기획재정부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코로나19로 세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 더 그렇다. 기재부에 따르면 작년 1~10월 국세 수입은 253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실적보다 6조7000억원 감소했다. 법인세(-16조1000억원), 부가가치세(-3조3000억원) 등 주요 세금이 줄줄이 쪼그라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거래세에서 '깜짝' 선전을 해준 덕분에 세수 부진이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합부동산세 수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작년 고지세액이 4조2687억원에 이르러 전년(3조3471억원)보다 27.5% 늘었다. 주요 세목이 아닌 증권거래세와 종부세가 재정 당국의 효자로 떠오른 셈이다.하지만 '동학개미'로 대변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증권거래세 증가는 달가운 얘기는 아니다.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정부가 2023년부터 모든 상장주식에 양도세를 과세하기로 한 터라 거래세 폐지 여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양도세를 전면 과세하면서 증권거래세를 유지하는 건 '이중과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의식해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계획을 밝히긴 했다. 올해 코스피 증권거래세율을 기존 0.1%에서 0.08%로 인하했다. 2023년부터는 0%로 만들 예정이다. 단, 농특세 0.15%는 유지된다. 코스닥은 기존 0.25%에서 올해 0.23%, 2023년 0.15%로 낮아진다. 하지만 끝내 증권거래세 폐지를 확정짓지는 않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세계 대다수 국가는 주식 양도세와 증권거래세 중 하나만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도 적어도 2023년 이후엔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투자가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서라도 투자자의 세 부담을 확실히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은서/서민준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