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매뉴얼 제대로 안 갖춘 경찰, 보고서엔 "매뉴얼대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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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에게 용역도 안 맡기고 "매뉴얼대로 하겠다"
사후보고서 통해 "매뉴얼대로 할테니 면책규정 달라"

7일 경찰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관련 법·제도적 필요 조치 검토'와 '양천 아동학대 사건 관련 현안보고'에 따르면 경찰은 "학대대응 업무 및 책임은 과중하나 빈번한 민원 제기에도 민원과 책임을 현장근무자 개인이 감당한다"며 "신속한 피해 아동보호를 위해 임시조치 청구 시 검사 경유를 배제하고 법원에 직접 신청하도록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 전문가 의견 담은 매뉴얼 없으면서 "매뉴얼대로"
경찰은 또 "경찰관이 직무수행 과정 또는 신고접수를 통해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되거나 의심할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 오로지 해당 아동의 이익을 위한 목적하에 적극적으로 응급조치 또는 긴급임시조치를 한 경우, 정당행위로 간주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며 "담당 경찰공무원의 적극적이고 소신 있는 직무수행을 장려하여 관련 아동보호 정책에 실효성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경찰이 '정인이 사건'에 대한 사후 조치 차원에서 국회에 제출된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관련 매뉴얼 수립에 일체 연구 용역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권영세 "경찰청장 면피용 사과"
그러다 보니 경찰은 매뉴얼 집행을 위한 예산 역시 전혀 책정하지 않았다. 아동학대 사건 관련 수사를 위한 자체 매뉴얼을 형식적으로만 갖춰 놓고 전문가들 의견 수렴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자체 매뉴얼에는 아동학대 개념과 유형, 수사 등에 대한 원론적 내용만 담겨있다.실제 행안위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연구 용역 보고서 일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청은 "연구 용역으로 진행 중인 매뉴얼이 없어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예산 집행 현황에 대해서도 "매뉴얼 관련 집행된 예산이 없어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