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새 TV 격전지 '미니 LED' 놓고 출시 전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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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새 LED TV에 삼성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같은 이름 붙여올해 TV 시장에서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출시를 앞두고 업계 1, 2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 "기존 LED 대비 소자 크기 40분의 1" 크기 전쟁 촉발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초 각각 '네오 QLED' 'LG QNED'라 명명한 미니 LED TV를 출시 계획을 밝혔다.미니 LED TV는 백라이트가 있어야 색을 구현할 수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TV'에 속한다. 다만 화질 등 기존 LCD TV의 단점을 대폭 개선한 게 특징이다.
미니LED TV는 약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LED 여러 개를 백라이트로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이 중 몇 개만 켜고 끄는 '로컬 디밍(화면분할구동)' 기술을 이용한다. 이로써 LCD TV보다 더 뚜렷한 명암비와 밝은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미니 LED TV가 올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TV 업체들은 미니 LED TV를 통해 올해 소비자 수요를 공략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LCD TV는 글로벌 TV 제품군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LG QNED' 명칭으로 선공 날린 LG전자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말 LG QNED TV를 먼저 공개하며 삼성전자에 선공을 날렸다.LG QNED는 '퀀텀닷'과 '나노셀'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색상 표현 기술을 적용한 미니 LED TV라는 의미를 담았다. 각 앞 글자인 'Q'와 'N' 그리고 LED를 합성해서 만든 브랜드 명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다만 업계 일각에선 LG전자의 이번 작명이 삼성전자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개발 중인 'QNED(퀀텀닷 나노 발광다이오드)'와 이름이 동일해서다.아직 시장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타사가 개발 중인 나노 무기물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퀀텀닷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단점을 개선한 차세대 기술의 명칭을 LCD TV의 제품명으로 붙여버린 것이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LG QNED를 기존 LCD TV 라인업인 'LG 나노셀'과 'LG 올레드' 사이에 배치시켜 디스플레이간 '서열정리'를 분명히 했다. 미니 LED TV는 어디까지나 LCD TV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자발광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아래라는 것으로 읽힌다.다만 QNED라는 브랜드 명은 그간 LG전자가 'LCD TV인데 LED라는 명칭을 붙여 소비자 혼동을 초래한다'며 삼성전자의 QLED TV를 지적해온 것과 동일한 명칭 구성으로, 철자가 한 글자만 다른 것이라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네오 QLED'에 기존 40분의 1 크기 소자 탑재"
삼성전자는 네오 QLED를 공개하면서 다방면에서 변화를 줘 기존 QLED TV보다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네오 QLED는 '마이크로 레이어'를 '퀀텀 미니 LED' 소자에 입혀 크기를 줄이면서도 더 정교하게 빛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퀀텀 매트릭스 기술'을 통해 백라이트로 사용되는 퀀텀 미니 LED의 밝기를 12비트(4096단계)까지 세밀하게 조정했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네오 퀀텀 프로세서'가 탑재된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6개의 신경망으로 구성된 학습형 AI 기술을 새롭게 적용해, 입력되는 영상의 화질에 관계없이 8K·4K 해상도를 각각 최고 수준으로 구현한다"고 했다.가장 눈에 띄는 점은 네오 QLED의 미니 LED 소자 크기다. 보통 소자의 크기가 작을 수록 더 많이 배열할 수 있어 TV의 화질이 좋아지는데, 삼성전자는 네오 QLED에 "기존에 백라이트로 쓰이던 LED 소자 대비 '40분의 1' 크기를 구현한 퀀텀 미니 LED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이는 LG QNED의 미니 LED 소자 크기보다 4배나 작은 것이다. LG전자는 LG QNED의 미니 LED 소자 크기는 기존 LCD TV 대비 10분의 1 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크기 만으로 성능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니 LED TV에 탑재할 수 있는 LED 소자의 크기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소자 갯수는 한정돼 있다"며 "소자의 크기에 대한 불분명한 설명보다는 인치대별로 몇 개가 들어가는 지를 밝혀야 비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LG전자는 86인치(대각선 길이 약 218cm) 8K 해상도를 갖춘 LG QNED TV에 3만개 가량의 미니 LED가 탑재된다고 밝힌 상태다. 로컬디밍 구역은 약 2500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라 네오 QLED에 몇개의 소자가 들어가는 지 등에 대해선 정확한 언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