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에 Plant를 더하다…마음에 스며드는 향기, 도심 속 커·피·정·원

명품건축물 열전 - 이태원 맥심 플랜트
기업들이 건물과 공간을 브랜드와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눈에 와닿는 건물은 회사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이 2018년 4월 서울 이태원에 연 복합문화공간 ‘맥심 플랜트’도 이미지 변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커피믹스의 대명사인 맥심은 고급화와 전문화를 위해 원두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단순한 브랜드 홍보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편히 오갈 수 있는 ‘도심 속 정원’으로 공간을 꾸몄다. 맥심 플랜트의 이 같은 공간 구성은 건축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제38회 서울시 건축상에서 우수상도 받았다.

층마다 다른 콘셉트…공장이자 식물원

연면적 1636㎡ 규모의 맥심 플랜트는 총 8개 층(지하 4층~지상 4층)으로 구성됐다. 이 중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다섯 개 층을 커피 관련 문화 공간으로 조성했다. 건물은 ‘숲속 커피공장’이란 테마를 바탕으로 ‘공장(plant)’과 ‘식물(plant)’의 중의적 의미를 건물 외관 및 내부 공간 구성에 담았다. 건물 외관의 컬러는 로스팅된 원두에서 착안해 미디엄 로스팅(medium roasting) 톤으로 구성했다. 3~4층 폴딩 캐노피(덮개)는 커피콩 모양으로 타공해 형태적으로도 입면에서 건물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내부에는 커피 제조설비를 활용한 인테리어와 함께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난 스킨답서스 등 다양한 식물을 배치했다. 곳곳에 커피 제조 공정을 벽화처럼 입체적으로 시각화해 커피 전문 기업의 정체성을 표현했다.건물 지하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두 개 층으로 구성된 로스팅 룸에서는 생두(그린원두)가 실제 제품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지하 1층에 커피 관련 서적이 비치된 ‘더 라이브러리’가 있고, 지하 2층에는 ‘더 커피 랩’이 자리해 있다. 지상 3층 ‘더 브루잉 라운지’는 ‘공감각 커피’라고 명명한 맥심만의 스페셜티 커피 블렌드를 선보이는 곳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대부분 고객은 맥심이 인스턴트 커피만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맥심 플랜트에서는 맥심의 커피 전문성을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차 극복한 ‘열려 있는 공간’

이 건물의 특징은 ‘열려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이 건물 부지는 건물 정문 방향의 메인 도로와 반대편 건물 뒤편 도로 간 단차가 커 사람들의 통행이 어려웠다. 설계를 맡은 애이아이건축사사무소는 양쪽 도로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중점을 뒀다. 1층과 2층 메인 공간은 병풍처럼 접어서 여닫을 수 있는 폴딩도어 등을 활용해 전면이 최대한 열려 있게 설계했다. 여기에 일반 시민들이 맥심 플랜트를 통해 건물 뒤편에서 메인 도로로 편히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내부에서도 여유로운 좌석 배치와 ‘보이드 공간(층간 바닥의 경계가 없는 열린 공간)’을 통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했다. 보이드 공간은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1층, 지하 1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지하 2층 등으로 건물 내 개방감을 높여준다.특히 3층 테라스 공간이 큰 호평을 받았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층별로 다양한 컨셉의 공간 중 한남동이 내려다보이는 3층 테라스 공간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맥심 플랜트는 SNS상에 서울에서 가볼 만한 독특한 건축물로 뽑히며 지난 2년간 누적 방문자 수가 40만 명을 넘었다. 20~30대 여성 방문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