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코로나19로 얻은 교훈

신희영 < 대한적십자사 회장 hyshin@redcross.or.kr >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해 2월. 한때 2300명이 넘는 환자가 입원할 병실이 없어 자택에서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구 시내에 상급병원이 5개, 병상 수는 4만 개에 이르지만 중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없었다. 연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나들던 지난달에도 한 환자가 나흘 동안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부터 최근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환자 상당수를 즉각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공공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현실은 어떤가. 전체 병상 중에서 공공병상 비중은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 10.5%에서 2018년 10.0%, 2019년 9.6%로 오히려 줄고 있다. 전체 의료기관 3937곳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은 224곳으로, 비율을 따지면 5.7%에 불과하다.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한국은 1977년 의료보험 도입 이후 의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민간 중심으로 의료 공급이 이뤄져 왔다. 이로 인해 특정 진료과목이나 수도권 중심으로 의료서비스가 쏠리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이는 지역 간 의료서비스 질 격차, 표준 진료를 벗어난 과잉 혹은 과소 진료 문제 등으로 이어지며 사회 의료 안전망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선 공공병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5%대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진료했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치료에 가장 앞장서 대응한 것이다.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지난달 정부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공공병원을 신·증축하고 병상을 늘려가겠다고 발표했다. 지방의료원 등이 의료 역량을 갖추고, 지역 내 의료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공공의료 인프라를 제대로 확충해 나가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증진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으로서 공공병원의 위상은 더욱 높아져야 한다. 공공병원 운영상 적자 문제를 보전하는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역당국의 발 빠른 대처에 필자 또한 한 명의 국민으로서, 의료인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를 넘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이 공공의료 강화 정책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